올해에는 조금 덜 못나져야지

by pigeon choi

*이 글은 2023년의 시작을 맞이해 일본에서 다짐하듯 쓴 글입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나를 되돌아봐야만 하는 어떤 의무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 썩 나쁘지 않다. 그런 의미로 올해의 다짐을 적어본다. 소박하지만 가장 어려운 다짐은, 올 해에는 해야 하는 것들로 나 자신에게 무게와 강요라는 짐을 얹기보다는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 잃고 싶지 않은 나만의 모습이라던지. 나의 진짜 모습이라던지. 그리고 내가 모르던 나를 싱가포르가 어떻게 깨우쳐줬는지.


작년 한 해는 끝으로 갈수록 못나졌다. 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침착하지 못한 채 길을 방황하고 떠돌았다. 그 과정에서 나의 못난 면면을 마주하고 속상해하고 마음을 앓았다. 채 아물지 않은 과거의 상처를 준비되지 않은 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고, 용기를 내어 하나하나 엉킨 실타래를 풀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과도기에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모두에게 활자를 빌어 용서를 구한다.


엉킨 실타래, 단단히 꼬인 목걸이 줄, 세탁기에서 한 덩어리가 되어버린 비키니 끈, 이를 마주했을 때 성급하게 통째로 풀어버리려고 하면 그 상황만 악화될 뿐이다. 시간에 쫓기는 출근 직전에 베베꼬인 목걸이를 푸는 것이 불가능하듯. 그래서 한 발자국 떨어져 천천히 하나씩 풀어나갔다. 너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욕심이라고 되새기면서.


그 과정에서 나를 많이 사랑해 준 것 같다. 아주 많이. 나의 어깨를 조금 엉성한 폼으로 껴안아줬다. 그렇게 하나하나 시나브로 상황을 마주하면서. 그렇게 하나 둘 나 자신을 보는 법을 읽어나가고 또 배워나간다. 올해에는 조금 덜 못나디겠다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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