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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노래를 들으며

by iCahn

지난 일요일에는 아이가 다니는

음악 아카데미에서 준비한 콘서트가 있었다.

순서는 학생들의 댄스, 드럼, 기타, 연주, 노래,

이후 선생님들 공연, 원장(가수)님의 특별 콘서트.


소규모지만 콘서트 홀 느낌이 나는

전문 공연장을 별도 섭외 진행했다.


어린아이부터 청소년들까지

저마다 준비해 온 무대를 진지하게 마주했다.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긴장했고, 진지했고,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들었다.


경연 또는 발표회마다

늘 보아오던 풍경이었지만

그날따라 그 장면들이 나에겐 낯설게 다가왔다.

왜일까. 그저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한 곡, 한 장면, 한 연주를 위해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습했을까.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나의 마음은,

꺼진 조명처럼 어둡기만 했다.


이 무대가 끝나면 저 아이들은 무엇을 남길까.

이 순간은 과연, 어떤 미래의 장면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어떤 아이는 이 무대를 추억으로 남기겠고,

어떤 아이는 이 시간을 인생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을 때,

저 빛나는 열정을 여전히 품고 있을 수 있을까.


저 아이들 모두가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그리고 현실은,

그 마음을 지켜줄 수 있을까.


그 모든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대 위의 아이들은 분명 사랑스럽고 대견했지만,


나는 어쩐지 계속 안쓰럽고

삶이 자꾸 덧 없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 시간 반가량이 지났을까...

어느새 딸아이의 순서가 다가왔다.


엄마가 준비해 준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무대로 천천히 걸어 나온다.


조명이 켜지고, 아이의 작은 몸에서

비욘세의 "Listen"이 흘러나왔다.


예상보다 단단한 감정이 담긴 음색.

‘내 안에 있는 노래를 들어주세요’

그 절절한 노래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간절한 외침은

폭발적인 고음으로 터져 나왔다.


울컥했다.

작은 몸 하나로

무대를 감당해 내는 모습이

대견하고 안쓰러웠다.


저 혼자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충분히 지켜주고 있었을까.

문득, 자책이 밀려왔다.


마음속의 덧없음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그날 딸의 노래는

내 안에 남아 있던

삶의 이유를 조용히 일깨웠다.


사랑과 책임,

그 당연한 감정들이

다시금 선명해졌다.


아마도 그날 참석한

모든 부모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무대를 마친 우리 딸이 걸어온다.

늘 엄하던 아이 엄마도 모처럼 미소를 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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