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자기 전 거울을 보면
그날의 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곤 했다.
지친 얼굴, 웃은 눈, 화난 자국까지도
‘오늘’이라는 하루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거울을 봐도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를 살긴 했는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조차
정리가 되지 않는다.
웃는 표정인데
진짜 웃은 적은 없는 것 같고,
화난 것도 아닌데
얼굴이 자꾸 굳어 있다.
분명 나인데,
거울 속 얼굴은
어쩐지 낯선 삶을 사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거울 앞에 오래 서지 않는다.
스치듯 지나치고,
되도록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낯선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면
괜히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이게 지금의 나라는 걸 알지만,
이 얼굴이 내 마음을
다 말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고 여겼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익숙한 표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직은 낯설지만,
이 얼굴도 결국
내가 걸어온 날들의 기록일 텐데.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제는 피하지 않고,
자주 마주 봐야 할 것 같다.
내 표정에도
마음이 머물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