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습작 #9
곧 사라질 걸 알면서도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이 있다.
하얗게 핀 목련 꽃,
갓 내린 커피 향,
좋아하는 사람과의 짧은 통화
잠깐 스쳐간 것들이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잔상처럼 남는다.
일상 속에서도
덧없는 것들에
더 마음이 쓰인다.
금세 시들 걸 알면서도
꽃을 사 오고,
곧 지나갈 감정인 줄 알면서도
온 마음을 내어 주고,
끝이 있을 걸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그 길을 걷기도 한다.
지속되지 않기에 더 간절하고,
소멸될 걸 알기에 더 귀하다는 말은
진실일까, 아니면 위안일까
언젠가
우리의 시간도
저 아름다운 노을처럼
서서히 저물어 가겠지.
덧없음을 마주할수록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사라져 가는
그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은
아직은 잘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듯
이 순간을 바라보고 담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