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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흔들린 나, 글로 돌아오기

나는 왜 글을 쓰는가? #4

by iCahn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했을 때,

누군가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준다는 사실이

놀랍고 고마웠다.

짧은 글이라도 누군가가 끝까지 읽고

마음을 표현해 준다는 건 ,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렇게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댓글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어색하기도 .

사실 나는 조용히 글만 쓰기를 바랐고,

이마저도 큰 용기를 낸 도전이었다.

그래서 댓글로 소통하는 분위기에 괜히 긴장했고,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브런치 안에서 서로의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고, 구독을 나누는 분위기를 알게 되었다.


나도 자연스레 그렇게 하게 되었다.

나를 구독해 주는 분이 있으면 나도 구독을 하고,

라이킷을 눌러준 분들의 글을 찾아가 읽고 반응했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구독자 수가 1명에서 11명으로 늘고,

라이킷 반응도 평균 10에서 20 정도로 올라갔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몇 달 동안 구독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건,

숫자로 보면 작을지 몰라도,

나에겐 꽤 요란한 변화였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나는 어느새 숫자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구독자 수가 13명까지 갔다가

두 분의 구독 취소로 다시 줄었을 땐,

그 '최소 당함'이라는 사실에

의외로 마음이 크게 출렁였다.

(세 자리, 네 자리 수의 구독자를 보유하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어린아이 투정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나름 구독자수도 늘고 있으니

발행하는 글에 대해서 내심 기대가 커져갔다.


'이번엔 몇 개쯤 라이킷이 달릴까?'

하지만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반응이 줄어들기도 했다.


그럴수록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괜히 라이킷 목록, 구독자 목록을 들여다보며


‘혹시 그분들의 글을 안 읽어서일까?’

‘아, 이분은 왜 구독을 취소하신 것일까?’


이런 생각들로 하루를 소비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이렇게 휩쓸리고 있는 나 자신에 헛웃음이 나왔다.

뭐 하고 있는 거니?




다시, 질문이 쌓였다.

나는 왜 글을 쓰고, 누구를 위해 쓰려고 하는 걸까.

반응을 얻기 위해? 구독자가 취소하지 않기 위해?


브런치 속에서 정말 다양한 글들을 접하게 된다.

어떤 글은 내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일 때도 있고,

어떤 글은 내용이 어려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글도 있었다.


내심 바라는 바가 있어

무조건 라이킷을 누를까 하다가도

진심이 아닌 반응은 예의가 아니라고 느껴

스스로 불편해하기도 했다.


나는 배운다는 마음을 가지고,

접하게 되는 글들을

한 글자, 한 문장 씩 정독하며 마음을 다해 읽

라이킷도 진심을 담아 반응하려 애썼다.


그렇게 하는 것이

조금 더 솔직한 연결 방식이라고 믿고 싶었다.




원인은 명확하다.

나는 이제 막 글쓰기에 입문한 초보이다.

아직 나만의 콘텐츠도 없고,

엇을 전하고 싶은지도 모호하다.


단어 선택도, 문장 연결도

어설프게 흉내를 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직 어떠한 울림도 없고, 그런 글로

무르익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읽어주시고

라이킷까지 보내주신 분들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이 글을 쓰게 된 건,

며칠간 휘몰아쳤던 감정의 혼란 속에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반응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내 안에 있는 말을

더 찾아내는데 집중해야 함을

다시금 되새긴다.




마침 김종원 작가님의

좋은 안내가 되는 글을 만나게 되었다.


1.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일기'가 된다.
2. 남도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좋아요'가 붙는다.
3.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쓰면 '공유'가 된다.
4.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담으면 '브랜드'가 생긴다.
(출처: 김종원 작가,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나는,

지금은 일기 같은 글을 쓰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남이 읽고 싶은 글이 되었으면

하는 조바심도 있지만


작가님의 말씀처럼

세상이 필요한 이야기,

남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언젠가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이런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라고

브랜드가 되는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고,

계속 써야 하는 이유다.


이제야 마음이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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