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은
나에겐 지루함이었다.
하루의 시작도, 끝도 비슷했고
말과 행동, 감정의 오르락내리락 마저
무한 되풀이됐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건가.”
그런 의문이 문득 떠오를 때면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야 하나 싶었다.
이 반복이
나를 잠식하는 건 아닐까,
버티는 게 아니라
무너지고 있는 중은 아닐까.
하지만 어느 날,
그 지루함 속에서
다르게 피어난 감정을 느꼈다.
같은 출근길인데도
계절이 바뀌면 풍경은 달랐다.
봄의 연둣빛,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찬바람까지.
반복되는 길 위에서
조금은 다른 시선을 갖게 된 걸까
내겐 지루함으로 다가오는 반복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지금을 견디게 해주는
희망이었으리라
피겨선수는 같은 점프를 수천 번 연습하고,
피아니스트는 한 소절을 수없이 되새기며,
학자는 한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쳐 다시 써 내려간다.
그렇게 반복은 숙련을 만들고,
숙련은 다시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매일의 삶 속에서는 어떤가
실수하고, 후회하고,
다시 돌아오고,
그 무수한 반복 끝에
좀 더 나아진 내가 되어가는지
아니면 지루함을 내세워
핑계와 회피의 반복만 하고 있었는지.
사계절이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이
지루함이 아니라 안도감이 되듯,
반복은 우리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하나의 리듬이 되어줌을 배운다.
익숙한 얼굴, 자주 걷는 길,
습관처럼 마시는 아침의 커피.
그 평범한 되풀이 속에는
은근하고 깊은 위로가 있다.
반복은 그저 되풀이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맞이하느냐에 따라
같은 하루가 다른 하루가 된다.
똑같이 흐르는 시간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 우리는
매번 다르게 숨 쉴 수 있다.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도
언제든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