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습작 #11
상대의 얼굴빛에
내 하루의 날씨가 바뀐다
그의 웃음 한 줄이
내 아침에 햇살을 풀어놓고
그의 찡그림 한 점이
내 저녁에 먹구름을 쏟아붓는다
내 기분의 손잡이는
언제부터 남의 주머니 속에 있었나
말 한마디가
내 하루를 씹어 삼키는데
나는 왜 웃으며 내어 주는가
매번
누가 내 삶의 주인인가
그저 끌려다니는 그림자인가
라며 체념하곤 했다
하지만
하늘의 날씨가 스스로 그러하듯
내 마음의 날씨도 내가 지어가는 것
나를 탓할 수도
남을 핑계될 수도 없다
흐린 날도, 맑은 날도
그저 오늘의 하늘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