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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하루를 건너며

짧은 습작 #10

by iCahn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나는 여전히 그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오래 묵은 습관과

굳은 말투, 닫힌 생각이

하루의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어른이 되었다는 건

책임을 맡았다는 말일뿐,

마음까지 자란 건 아니었다


게으름과 욕망은

언제나 나를 먼저 찾아온다

죄책감은 그 뒤를

느릿하게 따라온다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할까

무엇을 흘려보내야 할까


오늘도

텅 빈 하루를 건너며

나는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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