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일곱 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브런치북을 만들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나만의 콘텐츠, 장르, 글 쓰는 스타일,
무엇하나 자리 잡히지 않은 채 방향도 없이
중구난방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작품]이라는 공간에 자리한
다른 작가님들의 '브런치북'들을 볼 때마다
내게는 조금 먼 곳처럼 느껴졌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보다는
글을 바라보는 사람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언젠가 때가 되면 나도 한번 시도해 보리라'
그 정도로만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 안에 머물던 긴 밤과 새벽의 기록이
<밤의 틈에서>라는 글로 이어지고 마무리되었다.
비록 길지 않은 글들이었지만,
그 흔적들을 한 자리에 모아 두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돌아보니 글을 쓰고 묶는다는 일은
단순히 하얀 종이에 문장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시간을 정리하고,
그 순간의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었다.
그 시간들은 내게는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조심스레 꺼내 쓴 글들이었지만
용기를 내어 '브런치북'이라는 이름으로 엮어 보았다.
아직 완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각각의 조각들이 모여
나의 시간과 마음을 담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렇게 브런치북 한 권을 만들어 두면,
앞으로 글쓰기를 이어가는 길에서
나름의 정체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막상 한 권의 브런치북을 만들어 보니,
완.성. 을 보다는 시.작. 이라는 마음이 더 커집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개인의 작은 바람도
책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록 개인소장 목적의 시작이었지만
혹시 저처럼 긴 밤을 건너는 그 어느 분들과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된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브런치북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은 혼자 남기는 기록을 넘어
누군가와 이어지는 길임을 알아갑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icahn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