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습작 #15, #16
1. 시간의 얼굴
시간은 직선일까.
기억에 닿으면 휘어지고,
후회에 닿으면 멈춘다.
기다림 위에서는 길게 늘어나
추억 따라 돌아간다.
시간은 공정한가.
누군가에겐 치료이고,
누군가에겐 형벌이다.
부족한 듯 쫓기고
남는 듯 허송한다.
시간은 무심할까.
그 어떤 의지도, 기술도
시간을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은 이기려 들지 않는다.
그저 흘러갈 뿐이다.
어쩌면 무심한 것이 아니라
믿기에 간섭하지 않는 것일 수도.
시간은 영원한가.
시간은 소리 없이 모든 것을 바꾼다.
사람의 얼굴, 마음, 약속, 꿈까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서서히 잊게 만든다.
잊혀짐은 사라짐이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 남는 일인지도.
2. 시간 속 사색
시간은 누구의 것일까
나에게 시간은 무엇인가.
시간이 나를 지나가는가,
내가 시간을 지나가는가.
시간을 끌고 가는 듯했지만
늘 시간이 먼저 앞서 가 있었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을 뿐.
시간 속에서 나는 변하고, 잊힌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 속에서
조금씩 나를 알아간다.
지워질까 두려웠지만,
흐르는 시간이 나를 다시 써간다면
그것도 괜찮다.
시간은 나를 흘려보내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시간을 거닐며 그 속에서 존재한다.
나의 존재 속에 시간은 흔적을 남기며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