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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가 불러 낸 꿈

나는 왜 글을 쓰는가 #5

by iCahn

대학 초기에, 이외수 작가의 글에 한동안 빠진 적이 있었다.


[들개] 작품 속 문장들은 내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지만,

그 거칠고 낯선 표현들은 오래도록 마음을 흔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막연히 작가라는 존재를 선망하게 되었다.


몇 년 전, 근 20여 년만에 대학 선배와 연락이 닿았다.

그 선배는 오래도록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선배가 건넨 목록에는 소설과 산문집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내 머릿속에는 경제서적과 자기 계발서밖에 없었고,

문학이라는 세계는 이미 나에게서 지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이 놀라웠고, 동시에 서늘한 슬픔이 밀려왔다.


스물두 해가 넘는 직장인의 시간 동안,

나의 언어는 일과 보고서 속에 갇혀 있었고,

그 속에서 '나의 문장'은 숨을 쉬지 못했다.


그러다, 브런치스토리를 만났다.


경제적 자립을 고민하던 나는

'뭐라도 하자, 지금 당장 시작해 보자'

그렇게 선택한 것이 글쓰기였고,

그 과정에서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일기 같은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라이킷이 울리고 댓글이 달리던 날,

마치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는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짧은 글들을 이어 갔다.

밤마다 조금씩 꺼낸 문장들이 누군가의 공감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글은 혼자 남기는 메모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건네는 목소리임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멈춰 선 듯 굳어 있던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글은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었고

때로는 감추고 싶던 모습까지 조용히 끌어냈다.


그렇게 한 줄, 한 문장을 매주 이어가다 보니,

오래전 막연한 선망에 머물던 '작가'라는 이름이

이제는 내 안에 품은 '꿈'이 되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직 나의 글은 여전하다.

문장은 흔들리고, 고백은 멈칫거린다.


하지만 브런치는

그 불완전한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속에서 나를 알아보게 했다.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을 읽으며

때로는 위로받고, 때로는 배워간다.

좁았던 시야를 넓혀주고, 글이 가진 힘을 알아 간다.


궁극적인 꿈은 단순하다.

평생 글을 쓰며 사는 삶.


누군가의 하루에 들러

위로처럼 머물고, 생각으로 남는 글.


그런 글이 언젠가

작가라는 이름으로 남기를 바라며,

오늘도 글을 쓴다.


브런치는 내게 꿈을 꿀 용기를 주었고,

그 길을 걸어갈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이제 나는 그 길 위에서

끝내 작가로 살아가고 싶다.


내 문장이 길이 되는 순간,


글은 더 이상 나의 꿈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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