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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Nov 01. 2021

[런던 Day 1] It's lovely!

영국과 아일랜드 첫 방문기(2018년)

아일랜드에서 영국 런던으로 넘어오고 나니 이미 꽤 늦은 저녁 시간 이었다. 유럽 지하철만의 갬성이 있는 것 같다. 막상 밀라노에 살 땐 전혀 낭만이나 감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일상이라는 것은 늘 그런 것 같다. 감흥 없이 우리를 둘러싸는 것. 조금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이라는 일탈 상태에 놓일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조각들을 다소 새롭고 빛나는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Hawksmoore


그래서 부리나케 달려간 포터하우스 레스토랑. 애당초 영국은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고 간 곳이 아니었지만, 이곳은 이후 두고두고 기억나고 회자하는 맛집이었다.

https://goo.gl/maps/SQ5SnSZKvZsQ8Z5j6

혹스무어는 참고로 런던에 몇 개의 지점이 있다. 우리는 그나마 가까운 Seven Dials 지점으로 방문했다. 폭풍 파워워킹해서 도착한 후 메뉴를 보게 되었을 때 이미 저녁 9시였다.

스테이크를 중심으로 사이드 디쉬를 풍성하게 갖춘 메뉴.

이제 보니 마카로니 치즈나 콜리플라워 치즈 등의 사이드 메뉴도 훌륭해보인다.

스테이크 집 답게 다양한 레드 와인을 보유하고 있다.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는 티본 스테이크와 유사해서 헷갈릴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비슷하게 안심과 등심 부위가 뼈에 붙어 있는 스테이크로 안심과 등심의 비중이 다르다.

"포터하우스의 경우 등심(short loin)의 끝 부분을 자른 것으로 T자 뼈에 붙은 안심(tenderloin)의 크기가 등심의 중간 부분을 자른 티본에 비해 비교적 크다."고 한다.

(출처: 구글링해서 퍼옴)

Creamed Spinach 같이 먹으면 더욱 꿀맛인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미국에서부터 시금치를 이렇게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했다. 한국에서는 시금치를 주로 나물 무침으로 먹는데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많아졌으면. 물론 Creamed Spinach는 크림과 버터 범벅이라서 맛있는 거겠지만 말이다.

고기는 그 자체의 품질과 굽기와 간 모두 아주 훌륭했다. 

아이스크림과 소르베로 마무으리까지 완벽! 점점 더 식사 중간 혹은 후에 산뜻한 소르베 종류를 시켜먹게 되는 것 같다. 입가심으로 이만한 게 없다.

귀갓길에 본 런던의 밤 풍경에서도 런던만의 묘한 정취와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음날, 우리는 갤러리와 미술관 투어와 시내 투어 컨셉으로 역대급으로 걸어다닌 것 같다. 역대급으로 먹기 위해선 역대급으로 걸어야지!



National Gallery


공짜로 구경했던 National Gallery. 갤러리 구경을 워낙 좋아하는데, 여긴 워낙 다양하고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끔 수백 년 전 그림임에도 이렇게나 뛰어날 수 있음에 놀라기도 하고, 인류가 옛날부터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했구나 싶다. 삶과 죽음, 사랑 등의 큰 인생의 줄기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통해서일까.

우리가 좋아하는 Monet의 그림까지. National Gallery를 구경하고 나와서 본 트라팔가 광장에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간지 어언 2년이 다 되어가면서 무척 낯설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Tortilla


간단하게 타코로 점심을 떼웠다. 영국은 자기네 나라 음식이 맛있지 않을 뿐(...), 맛있는 인터네셔널 푸드를 찾아서 먹으면 괜찮은 것 같다.

https://goo.gl/maps/VQLmZNujaoB6iFpb8



St.Paul's Cathedral


점심 먹고 이동한 세인트폴 대성당. 어딜 가도 결국 볼 만 한 건 종교와 관련된 유적지나 건축물이다.

https://goo.gl/maps/BhwBSCsWQPJLjG2Z8

신기하게 생긴 십자가가 눈에 띄었다. 상당히 미래적인 느낌.

천장 돔의 작품. 종교라는 큰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인력과 시간, 노력을 요하는 작업들은 이루어질 수 없었겠지. 종교가 무엇인가, 얼마만큼 인간의 삶과 정신, 사회에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이 미처 우연이나 운명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이도 저도 못하고 괴로운 때 기댈 곳을 제공해준 것이 종교 아닐까. 인간의 종교적 삶은 예전에 인류학 수업 때도 무척 흥미로웠던 주제였다.

둥글둥글 귀여운 게 마음에 들었던 피에타. 인생에서 거의 유일하게 댓가나 목적 없는 사랑을 주기도 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성스러운 성모 마리아라는 역할로 추앙 받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영국이나 아일랜드는 날씨가 시시각각 어둡고 흐려지는 것이 잠깐의 햇빛 쨍쨍한 날씨에 더욱 애절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UK만의 살짝 암울한 감성을 만드는 데 상당히 일조하는 듯.



Tate Modern Museum


이후 구경한 테이트 모던 박물관. 모던 아트도 좋아해서 꽤 오랜 시간, 발바닥이 아플 때까지 구경했더랬다.

https://goo.gl/maps/DTQqJY1VEfXSLLKb6

잡설이지만 왠지 이화여자대학교가 떠오르는 건축물 내부.

다양한 색감을 가진 작품들에 영감을 받을 수 있었던 시간. 아무래도 나는 제품과 브랜드 디자인을 직접 하다보니 더욱 이런 시간이 귀중하게 다가온다. 어느 순간 내면에 누적된 영감이 모여 아이디어를만들어내는 것 같다.

시간이 많다면 좋아하는 작품 앞에 앉아서 여유롭게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런던은 걷는 맛이 나는 도시인 것 같다. 런던만의 감성과 멋이 길 곳곳에서 눈에 띈다.

나중에 꼭 가봐야지 싶었던 세련된 바 레스토랑

우리가 가고 싶었던 피자집에 대기가 길어서 잠시 들렀던 타파스 바.

멍하니 앉아 생맥주 한 잔을 비웠다. 이제 보니 혼이 나가 있었네.



Homeslice Pizza


런던에 살았던 지인에게 직접 추천 받았던 피자 맛집. 역시 로컬 추천이라서인지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독특한 피자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현지인으로 바글바글하다.

https://goo.gl/maps/kabmvxM5TNbE3pYw6

고수, 요거트, 김치 등을 활용한 독특한 피자 메뉴
대기 후 드디어 입성해서 기부니 좋아짐
비장하게 팔을 걷는 모습

맛있는 건 크게 봐야 한다. 우리는 Spiced lamb, savoy cabbage & sumac yoghurt(20 파운드), Chorizo, corn & coriander(20 파운드) 이 두 가지 맛으로 피자를 반반 시켜 먹었다. 고수를 사랑하는 우리는 이 메뉴를 도저히 안 시킬 수가 없었다.

우리가 다 먹고 나오는데도 아직도 대기 줄이 길었다. 나중에 다른 맛 피자를 맛보러 다시 가 보고 싶다. 파나 김치가 들어간 피자가 특히 궁금하다.

지나가다가 '김치'라는 제목에 궁금해서 들어와봤던 모던 한식 테이크아웃 식당. 한국적인 것을 외부인의 입장에서 풀어낸다는 것에 대해 점점 더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슬렁슬렁 걷고 버스를 타서 런던 브릿지까지 이동했다.


Tower Bridge


런던 야경을 보기엔 타워 브릿지가 썩 괜찮은 선택지인 것 같다.

https://goo.gl/maps/44wgtAhXoCytZM5G9

행복해졌던 야경

한강도 저녁에 아주 멋지지만 런던도 기대 이상이었다. 나는 도시의 야경을 좋아하는 편이다. 홍콩이나 도쿄의 야경도 좋았지. 도시 야경이 주는 뭉근한 낭만와 화려하면서도 덧없는 듯한 감성이 있다. 반짝이는 불빛들이 덧없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가.


이후 타워 브릿지 아래에 세련된 바가 숨겨져 있길래 가서 맥주 한 잔씩 테이크아웃해서 마셨다는! 바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야경을 보며 테이크아웃한 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 참고. #길맥은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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