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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예쓰 Aug 13. 2022

[그리스 아테네] 아테네 동네 한 바퀴 시작

하드리아누스 도서관부터 로마, 고대 아고라까지

벼르고 벼르다 떠난 이번 그리스 여행은 무려 11박 13일. 거의 2주에 달하지만 앞뒤로 이동 시간을 꽤 뺏긴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인만큼 신중하게 동선을 계획했다. 최대한 2주 안에 그리스의 엑기스를 쫙 둘러보고 뽕을 빼는 일정.




11박 13일 그리스 여행 일정

아테네 3박 -> 산토리니 2박 -> 크레타 4박(헤라클리온 2박, 하니아 2박) -> 메테오라 1박 -> 델피 1박




중간 중간에 렌터카나 비행기, 페리로 이동했다. 길게 다녀오기 어렵다면 각지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거나 한 두 군데를 동선에서 빼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어디를 뺄지 추천하려고 해도 어려울만큼 다들 그곳만의 볼거리와 매력이 뛰어났다.


워낙 먹거리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라서 글이 길어질 것 같다. 스압주의! 영문 설명을 한글로 번역해서 여행 시 참고가 되도록 노력했으니 도움이 되길.






일단 아테네부터


그리스 여행은 처음인 나도 아테네와 함께 파르테논 신전은 들어봤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에 들었던 우리 호텔. 아테네 시내 중심가에 있으면서 아침 식사하는 곳에서 파르테논 신전이 바로 보인다.


Elia Ermou Athens Hotel

+30 21 0325 0100

https://goo.gl/maps/8xRWqNNGu6ETf5yC9


원래는 안 챙겨 먹는 아침도 여행 때는 꼭 챙겨먹는 법. 아침부터 저녁까지 뽈뽈 돌아다니기 위해 필수다.

그리스 음식을 많이 먹어보진 않았지만 몇 년 전 쯤 홍대에서 그리스 식당을 간 적은 있었다. 상당히 건강하고 담백한 인상이었는데 그리스 여행 내내 아침 식사로 구운 토마토와 버섯, 그릭 요거트와 방울 토마토, 오이 등이 꼭 나와서 좋았다.

그리스식 디저트 같은데 안에 앙금이 들어있거나 겉에 깨가 뿌려져 있어서 살짝 한국 전통 과자 같기도 했다. 동유럽과 터키 영향이 이때부터 느껴졌다.

아테네는 도시 자체가 유적지 모음 같아서 파워워킹하며 돌아다니면 그 자체가 운동이 되는 듯하다. 이날은 하루 종일 걸어서 아테네 시내 유적지와 파르테논이 있는 아크로폴리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자페이온, 국립 고고학 박물관, 올림피안 제우스 신전 등 방문 예정!


아테네는 정말 여행 시간이 부족하면 하루 동안 일단 아크로폴리스와 아테네 시내 유적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만 방문하면 될 것 같다. 시간이 된다면 이틀간 우리처럼 둘러보면 넉넉하게 대략 구경 가능할 것이다.


참, 위는 거의 여행 내내 마이 패션 서타일. 여름 무렵의 유럽은 햇빛도 매우 강해서 반드시 챙이 넓은 모자(적어도 7-10cm)를 챙겨가야 한다.캡모자는 옆에서 오는 자외선을 잘 못 막아줘서 벙거지 같이 둥근 챙을 추천. 물론 선글라스랑 높은 차단 지수의 선크림은 필수고(우리는 2주 여행 동안 둘이서 50ml 선크림 한통을 다 써서 중간에 또 사야 했다) 피부가 잘 탄다면 바람막이나 가디건 같이 얇으면서도 햇빛은 막아주는 긴팔 겉옷을 챙겨가면 좋다. 목 뒤 피부가 햇볕에 타서 벗겨지면 따가울 수 있으니 컬러가 있는 셔츠 등을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스는 남부에 가까워서 특히나 햇빛이 따가운 듯 했다.

아테네에서 걸어서 볼 수 있는 유적지의 약도. (약도 사진은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찍음) 아테네는 내가 좋아하는 도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건 바로 걸어서 대충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라는 점.


하루 이틀 정도 걸어다니면서 대략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도시라면 여행 동안에도 충분히 친해지고 알게 된 기분이 든다. 너무 큰 대도시는 하루 이틀 있었다고 해도 파악이 쉽지 않은데, 적당한 도시의 경우 ‘맞아 이 길로 가면 저게 나왔지?’ 이런 식으로 파악이 되고나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그 동네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약간 나와바리가 된 느낌?


하여튼 워낙 여행 가서 로컬 맛집 가는 것을 좋아하기에 하루 종일 걸어두면 운동이 되어서 소화도 잘 되니 일석이조.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가장 먼저 들린 아테네 유적지는 바로 하드리아누스 도서관(Hadrian’s Library).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30 21 0324 9350

https://goo.gl/maps/9v4Fz5fSLuoA6bZZ6


입장료는 6유로인데 미리 아테네 유적지 프리패스권을 30유로로 사두면 편하다. 온라인 구매 후 인쇄해서 갖고 다니면 된다.

바로 이런 QR코드를 인식해서 사용하는 티켓인데 아크로폴리스, 고대 아고라, 로만 아고라,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올림피에이온, 케라메이코스, 아리스토텔레스 학교 등을 5일간 입장할 수 있다.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입장!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건물이 가장 많이 보존되어 있는 부분이다. 근데 호텔에서 여기까지 한 15분 20분 걸어왔다고 벌써 땀이 주룩주룩.. 그늘 없는 땡볓은 역시 장난이 아니다.

하드리아누스는 로마 제국 시대에 그리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리스 문화와 역사, 유적을 아꼈던 황제라고 한다. 이 도서관은 그가 통치하던 시절 서기 132년에 지어졌다.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유적지 안에 있는 테트라콘치 교회의 잔재와 이에 대한 설명.

이 교회는 서기 40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6세기에 파괴된 후 두 개의 다른 교회가 그 위에 지어졌다. 이 교회 또한 19세기에 태워지고 파괴되어서 이후에 고고학적 발굴을 하게 되었다고.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입구 건물에 대한 설명.

하드리아누스 도서관 앞에 있는 판타이노스 도서관(Library of Pantainos).


판타이노스 도서관

https://goo.gl/maps/7o1irLrfz8eJi8w56

갈 길이 구만 리라서 안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서기 2세기에 지어진 이 도서관은 아테네의 철학 학당으로도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나가는 그리스 고양이. 그리스엔 유독 길냥이가 많이 보였다. 그래서 그리스 길냥이 엽서나 캘린더 등 굿즈도 인기다.



로마 포룸

그 다음 도착지는 로마 포룸 혹은 로마 아고라(Roman Agora).


로마 포룸

+30 21 0324 5220

https://goo.gl/maps/5sqUcdwqGwiFccSx8


기원전 19~11세기 로마인들이 지은 아고라 유적지의 입구다.

입구의 뒷면. 어쩜 그리도 옛날에 지은 것이 이렇게나마 남아 있을까 신기했다. 자세히 보면 모든 기둥이 한 덩어리가 아니고 여러 부분을 조합해서 만든 것을 알 수 있다.

아고라 안에 남은 유적들. 원래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엄청난 상업의 중심이자 시장터였다.

유적지마다 영어로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다. 로마 포룸은 직사각형의 빌딩 사이에 넓은 공터 혹은 courtyard가 뚫려있고 동쪽 서쪽에 각각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기둥 propyla가 있다.

드넓은 courtyard와 이를 둘러싼 기둥들의 잔재.

자세히 보면 기둥에 있는 이런 구멍을 통해 기둥 요소들을 고정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19세기까지도 이 구역은 활발하게 이용되었다고 한다. 기존의 형태는 아니지만 비잔틴 문명 시대와 그 이후에도 쓰인 흔적이 있으며 터키 시대의 모스크가 북쪽에 지어져있다.

어떻게 유적지를 재발굴하고 재건했는지에 대한 설명. 가서 땡볕에 서서 읽기엔 힘드니 미리 읽고 가서 이해를 바탕으로 구경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로마 포룸 유적지 동쪽 끝쪽에 있는 Tower of the winds 혹은 Tower of the Aerides라고도 알려진 타워에 대한 설명. 왜 바람의 타워냐 하면 총 8개의 방향으로 부는 바람의 신을 각 상부 벽면에 조각해두었기 때문. (북쪽, 북서쪽, 서쪽, 서남쪽 등등) Horologion of Andronikos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마케도니아의 Andronikos of Kyrrhos라는 건축가이자 천문학자가 지어서 그렇다.

헬레니즘 시대 후기, 아마도 기원 전 2세기 경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은 8각형 형태에 13.85m 높이다. 건물 남쪽에는 위의 도면 그림에서처럼 둥근 방 같은 것이 붙어 있다. 건물은 밑의 토대가 되는 부분 빼고 펜텔릭 대리석으로 지어져 있다.

건물의 토대는 세 개의 계단층이 이루고 있다.

건물 바닥은 수압으로 작동하는 물시계가 있다. 이 건물은 비잔틴 시대와 오토만 점령 이후에는 교회로 쓰였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는 종교적 벽화들이 건물 안 북쪽, 북서쪽 벽면에 조금 남아있다.

건물의 천장은 24개의 조각들과 동그란 키스톤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위에 코린트식(Corynthian) 지붕을 지지하고 있다.

로마 포름 안의 나머지 잔재들. 우리의 짧은 삶에 비해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났을 때 결국 그 자리에 남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평소 살면서 만들고 애쓰고 고민하는 많은 것들이 지나고 나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는 건 약간의 씁쓸함과 허무함과 함께 잔잔한 위로를 느끼게 해준다.



아테네의 아고라(고대 아고라)

뽈뽈뽈 더위를 뚫고 이동해서 도착한 아테네의 아고라. 고대 아고라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아테네인들의 중심 생활지였다. 이 안에 헤파이스토스 신전 등 다양한 유적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아테네의 아고라

+30 21 0321 0185

https://goo.gl/maps/s9X3Lot6SeDtFhRz7


위의 조각상 사진은 고대 아테네의 아고라 안에 있는 Odeon of Agrippa 혹은 Palace of the giants 라고도 불리는 유적의 잔재다. 이 오데온은 원래 기원전 15년 경 음악 공연을 위해 지어진 곳으로 Karamekos Theater 혹은 Agrippeon이라고도 불렸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사위가 그 후원자였기 때문. 무려 1000명 정도의 관객의 관람이 가능했던 곳으로 나중에 한 번 서기 150년 경 지붕이 무너져서 재건되면서 그 반 정도의 관객만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건물은 267년에 헤룰리안 침공으로 인해 화재로 파괴되었고 그 토대에 짐나시움, 혹은 거인들의 궁전이 세워졌다.

거인들의 궁전은 오데온뿐만 아니라 미들 스토아, 남쪽 스토아를 포함한 공간에 방대하게 지어졌다. 오데온에 있던 Tritons와 Giants 거인들의 조각상은 입구를 꾸미는데 쓰였고 원래는 짐나시움으로 지어졌지만 높은 정치 관료를 위한 궁전으로 쓰이게 된 것 같다. (위의 영문 설명을 대충 한글로 번역해봤다. 앞으로의 설명도 참고하기 편하고 되도록 정확한 사실 전달을 위해 공식 안내문을 번역해보겠다.)


Odeon of Agrippa

https://goo.gl/maps/JQdCyJ4jKEWsNJME7


아그리파의 오데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헤파이스토스 신전(Temple of Hephaetus). 그리스에서 본 모든 유적 중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유적이다.


Temple of Hephaestus

https://goo.gl/maps/Phhmfqywh7gb2NsM7


기원전 460년 경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 신전은 도리아식 Doric 기둥으로 장식되어 있어 깔끔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있다.


계속 나올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기둥의 차이는 아래의 그림을 참고.


도리아식은 깔끔하게 똑 떨어지고 이오니아 식은 양머리 수건처럼 양끝이 말려 있고 코린트식은 화려하게 이파리들이 장식되어 있다.


Kolonos Agoraios Hill 언덕 위에 지어진 이 신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리스 신화 속 신이자 미의 여신 아프로디페의 남편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를 위해 지어졌다.

지금 이 설명을 보면서 번역 중. 번역 귀찮거나 어려우면 제 글을 보세요 ;)

신전 옆면 중 동쪽에 가까운 네 개의 메토프(metope)는 아테네의 영웅이자 왕이었던 테세우스의 영웅 이야기가 조각되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이 신전이 Theseion이라고도 불렸다. 신전 서쪽 페디먼트(pediment; 건물 외곽 상단 지붕 쪽의 삼각형 모양의 공간)에는 Lapiths와 켄타우로스 Centaurs의 전쟁이 그려져 있다. 켄타우로스의 전쟁은 아크로폴리스 판테이온 신전에도 장식된 인기 소재였다.


여기서 잠깐! 메토프, 페디먼트, 프리즈란?

그리스 어느 유적 건물을 봐도 이 단어들이 나와서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메토프는 건물 외벽 페디먼트 아래에 위 그림처럼 세로로 된 기둥 양각 사이의 장식 공간이고, 프리즈(frieze)는 건물 외벽 페디먼트 아래 혹는 위와 같은 구조에서는 외벽 안쪽 기둥 위에 있는 장식 공간이다. 프리즈는 주로 건물 사방면에 다양한 테마로 조각된다. 아래 그림도 참고.

도리아식 기둥 건물에 메토프가 있고 이오니아식 기둥 건물엔 메토프 없이 프리즈가 있다.

사진 속 신전 정면이자 동쪽 면의 메토프에는 헤라클레스의 고난과 역경이 그려져 있다. 그 위에는 헤라클레스가 신이 되는 과정과 올림푸스 언덕에 오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실 이 신전만 유독 잘 보존되어 살아남은 이유는 이후에 교회로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인구의 98%가 Orthodox Christian, 즉 기독교 정교도회인이라는 놀라운 종교 통일성을 갖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 19세기 초까지는 교회로 사용되고 이후엔 박물관으로 쓰여 각 시대에 당대인들에게 쓸모 있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미들 스토아에 대한 설명. 아테네의 아고라에서 가장 큰 건물로서 147m 넓이에 17.5m 깊이를 가졌다. 서기 267년에 화재로 파괴되었으며 고대 로마 제국 시대에는 북쪽 테라스 부분이 아고라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최단 루트로 이용되었다.


Middle Stoa

https://goo.gl/maps/9dXkazocaTr7hwoq7

코린트식 Corynthian 기둥. 화려한 이파리 같은 장식이 인상적이다. 굴곡진 형태가 좀 여성스러운 느낌도 낸다.

어쩜 고대에 돌멩이를 파서 이렇게 정교하게 조각해냈는지 대단들하다.

고대 아고라의 동쪽에 위치한 스토아는 페르가몬 Pergamon 왕인 아탈로스 Attalos 2세의 선물로, 두 개의 층엔 각각 21개의 상점이 위치했다. 지상층의 외부에는 헤파이스토스 신전과 같은 도리아식 기둥이, 내부에는 찜질방 양머리 같은 모양의 이오니아식 기둥이 장식되어 있었다고.


아탈로스의 스토아

+30 21 0321 0185

https://goo.gl/maps/bdUGbNjF34CwoHui8


스토아는 아테네인들이 만나고 걸어다니고 비즈니스를 했던 곳이었다. 지금은 이 건물에 작은 박물관과 조각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서기 267년에 헤룰리 침공으로 역시 파괴된 후 1900년대에야 복구되었다.

스토아에 장식된, 이곳에서 발굴된 조각품들. 옷자락의 질감과 주름 하나 하나까지 살려낸 실력이 일품이다.

스토아 측면의 멋진 아치. 걷다가 지쳤다면 이곳에 그늘과 벤치가 있느니 쉬었다가 가자.

이오니아 식 기둥. 대칭적이고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곡선이 돋보인다.

나중엔 하도 조각상을 많이 봐서 감흥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다시 봐도 대단하다.


아래부터는 스토아 안의 실내 전시 공간.

최대한 순차적으로 찍어봤으나 동선이 꼬여서 섞였을 수도 있다. 입구부터 양옆을 함께 봐야 같은 시대의 유물이다. (오른쪽부터 보면서 왼쪽으로 돌아나오는 형태 아님! 이거 땜에 동선 꼬임 ㅠㅠ)

신석기 후기~청동기였던 기원전 3200~1100년에 대한 설명. 무려 5000년 전부터 이 고대 아고라 지역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있다고 한다. 미국 팀이 발굴한 20개의 얕은 우물 같은 공간에서 여러 가지 수공예 도자기와 식기 등이 발견되었다.

미케네(Mycenaean) 시대인 기원전 1600~1100년에도 돌방무덤과 석관 무덤이 아고라 지역에 있었다고. 미케네 후기 시대에는 사람들이 이 구역에 집을 짓고 살았다.

기원전 1400년 경의 도자기들. 어쩜 그 시대에도 이리 잘 만들었는지, 요즘 만들었대도 웰메이드다.

다양한 모양과 손잡이를 가진 잔, 식기들을 보며 그 유려한 곡선에 홀린듯이 사진을 마구 찍어버림. 참고로 그리스의 많은 박물관들은 사진이나 플래쉬가 금지된 곳들은 표기가 되어 있고 그 외에는 찍어도 된다.

지금 우리집에 놔도 예쁠 거 같은 도자기와 장신구.

이런 식의 얕은 우물들이 잔뜩 발굴된 거다.

그리스하면 괜히 흰색과 청량한 포카리 같은 파란색이 주로 떠올랐었는데, 옛날에 만들어진 도자기들을 보면 염료의 한계인지 이런 검은 색 갈색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다.

무덤에서 발굴된 도자기들. 뭔가 당시엔 대단하거나 잘 나갔던 사람의 무덤이니 이리 많은 도자기를 같이 넣어줬겠지?

철기시대(Iron Age)부터 기하학적 시대(Geometric Period)까지의 기원전 1100~700년대. 아고라 지역에서 이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78개의 무덤과 60개의 우물이 발견되었다. 기원전 1000~800년대에는 어린이는 땅에 토장 또는 매장하고 성인은 화장을 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하학적 시대에는 두 가지 양식이 혼용되었다고. 이 시기의 건물 등은 차후 이곳에 살았던 이들에 의해 흔적을 찾기 어려워졌지만 고대 아고라 지역은 계속 거주공간으로 쓰인 듯 하다.

아고라 구역의 우물들은 주로 기원전 8세기에 사용되고 이후에는 극심한 가뭄과 아티카 지역의 전염병 등으로 인해 사용이 어려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의 많은 무덤이 기원전 8세기 말의 것으로 보이고 기원전 7세기 초에는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보면 아테네 인구 감소 추이를 유추할 수 있다. 식민지화도 당시의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725년 경의 무덤에서 발굴된 것들.

인간이나 동물을 본뜬 것들이 특히 위트 있고 귀엽게 느껴진다.

기하학적 시대(당시에 추상적인 도형 패턴이 도자기에 주로 나타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함) 후기, 아마도 기원전 750년 경 여성 무덤에서 발견된 것.


말이 세 마리 올라가 있는 게 너무 귀엽다. 비슷한 것을 만들어판다면 인기가 많지 않을까..?(시도 때도 없이 만들어 팔 거 생각하는 브랜드쟁이ㅋ)

기원전 700~480년 사이의 아르카익 시기(Archaic period). 기원 전 6세기 쯤 정치적인 이유로 대중들은 고대 아고라의 동쪽으로 이동하여 생활하게 되었다. 이때 수많은 집을 무너뜨리고 우물들을 채웠다고 한다. 이 개인적인 영역을 공적 영역으로 바꾸어 도시의 시장이자 중심인 아고라로 새로 탈바꿈하였고, 이 때 지어진 것 중 하나가 Panathenaic Way였다. 기원전 566년도에 Panathenaia 페스티벌을 재구성하여 그때부터 아테네의 페스티벌 중 가장 훌륭했던 Great Panathenaia를 4년마다(올림피아드 3번째 연도) 개최하게 되었다고.

Kleroteria라는 기계의 모습. 나무나 돌로 주로 만들어지던 이 장치는 줄지어진 칸 안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pinakia라는 민증 같은 ID 카드를 넣은 후 배심원이 될 시민을 뽑는 용도로 쓰였다. 모든 법원 앞에 이 기계가 놓여있었다고. 이때부터 민주주의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기원전 480~323년도의 그리스 고전기(Classical period). 기원전 480년 쯤 페르시아군이 아테네를 파괴했다. 고대 아테네의 아고라와 그 안의 빌딩들은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직후 470년에서 기원전 3세기 경 민주주의의 번영과 관련된 건축 활동이 시작되었다. Kimon, Perikles, Themistokles와 같은 이들이 나서서 아테네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건축 작업을 시작하였고, 이때 Stoa Poikile, Tholos 혹은 Skias, 그리고 헤파이스토스와 아테나의 신전이 지어졌다. 헤파이스토스는 대장장이 신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야금 혹은 금속공학(metallurgy)의 신이기도 하였고, 아테나 또한 전쟁의 여신이기도 하지만 세라믹(도자기)과 수공예(handicraft)의 수호자이기도 했다고.

기원전 5세기 하반기에는 배심원이 앉는 좌석이나 관료들의 모임 장소, 공공 감옥 등도 지어졌다. 아마 이즈음 아고라의 기본 인프라 중 하나인 큰 수로(drainage channel)가 지어져 건물들에서 나온 쓰레기 등을 Eridanos 계곡으로 흘러보냈다. 새삼 얼마나 아테네인들이 일찍이 발달해있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기원전 4세기 하반기에는 아테네의 정치적 부족들(그룹)을 수호해주는 제우스와 아테나를 위한 프라트리오(위키피디아 정의: 고대 그리스에서 phratry는 일부 도시 국가의 시민을 포함하는 그룹이었습니다. 그들의 존재는 대부분의 이오니아 도시와 아테네에서 알려져 있으며 다른 곳에서도 존재했다고 생각됩니다. Attica 외부의 phratries의 기능과 책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신전이 지어졌다.

고전기에 만들어진 도자기와 식기들.

다양한 동물과 사람의 모습을 꽤 디테일하게 빚어냈다.

기원전 323~86년의 헬레니즘 문명 시대의 아테네는 마세도니아인들의 지배 하에서도 경제적 회복을 경험했다. 페르가몬, 이집트, 시리아의 왕들의 관심과 자비 덕분에 아테네는 문화적 전성기를 맞이하여 새로운 건축물과 기념물들을 지어나갔다.

헬레니즘 시대의 잔재들. 그리스 여행 동안 수많은 조각과 도자기들에 영감을 받았더랬다.

다음은 로마와 비잔틴 시기. 기원전 86년, 로마 제국의 장군이 아테네를 점령했고 아테네의 아고라를 포함한 수많은 유적지가 파괴되었다. 아우구스투스 통치 시절인 기원전 27년부터 서기 14년 사이에 아테네의 재건이 진행되어 아테네의 아고라를 제국의 종교적 중심지로 활용하게 되었다. 이제 아테네의 아고라에서는 전처럼 상업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대신 로만 아고라(앞서 방문했던)로 옮겨졌다. 두 아고라는 Broad street로 연결되어 있었다.

기원전 1세기 말, 아우구스투스의 사위인 아그리파가 아그리파의 오데이온(Odeion of Agrippa)를 지었다. 에고, 설명이 너무 길어서 구구절절한 뒷내용은 번역 포기!

상당히 정교해진 도자기들. 무슨 생각으로 사람 머리 모양 도자기를 만들었을까?

이렇게나 많은 것을 보고도 아직 아테네 관광의 첫 날이 끝나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 너무 길어서 나머지는 다음 글에 이어서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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