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에서 꼭 맛봐야 할 해산물 탑 3을 한 번에!
어느 지역에 가건 그 지역의 재철 식재료를 즐기는 편이다. 특히 해산물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일본 여행 때는 꼭 저녁에 재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이자카야를 간다.
1차는 해산물 이자카야, 2차는 닭꼬치(야키토리) 집이나 라멘과 교자를 파는 집에 가는 게 최적의 코스!
https://maps.app.goo.gl/YY3uLStTprv2uyXg6?g_st=ic
가게 풀 네임은 旬魚季菜 しゅんぎょきさい 슌교키사이로 시작하는데, 재철 생선과 야채라는 뜻이라서 더 신뢰가 갔다.
손으로 쓰고 주황색으로 강조한 메뉴 양식은 해산물 이자카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양식이다. 신선한 재료를 취급하다 보니 매일 혹은 자주 메뉴를 변경해야 하는 곳에서 쓰는 것 같다.
가나자와가 속한 이시카와현의 지역 일본주 3종을 시음하고 비교할 수 있는 세트도 있다. 언제나 노미쿠라베 세트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런저런 맛을 설명과 함께 바로 비교하면서 맛볼 수 있어서 내 취향에 대해 발견할 수 있는 기회랄까? 아무래도 이번 생에 술을 멀리하기는 글렀다.
일단 앉자마자 시킨 生ビール 에비스 생맥주 두 잔. 부드러운 맛 최고! 각 ¥650.
오토시(각 ¥450)로 제공된 두 가지 상큼한 요리. 마침 호타루이까가 제철이라서 초에 절여서 제공되었고, 모찌리 도후 같은 쫄깃 탱탱한 두부 또한 입맛을 돋웠다. 오토시는 집집마다 메뉴도 가격도 제각각인데 요즘 물가가 오르면서 이 정도면 인기 해산물 이자카야에서 적당한 가격과 구성 같다.
부드러운 거품이 삭 올라온 풍미 가득한 에비스. 왠지 식당에 에비스 생맥주가 있으면 '오, 괜찮은 곳이군'이라는 검증된 듯한 안심을 느낀다. 그만큼 에비스 맥주를 맛있는 곳에서 접한 경험이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기대감을 갖게 된 것 같다. 입 안의 기름기를 싹 씻어주는 맥주의 쌉싸래한 맛!
ノドグロ炙り棒鮨 (노도구로 아부리 보우즈시)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기름진 맛!
노도구로는 일본에서도 아주 귀한 생선이라 더욱 특별한데, 이곳에서는 그 노도구로를 숯불에 살짝 구워 초밥으로 만들었다. 곁들여진 생강과 함께 한 입 먹으면, 고소한 기름이 입안에 퍼지면서 사르르 녹는 그 느낌이 정말 환상적이다.
워낙 달고 기름진 생선이다. 한 접시에 3380엔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초럭셔리 메뉴였다. 아마도 노도구로를 보우즈시로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별로 없지 않을까? 그동안 일본에서 수많은 해산물 이자카야를 갔지만 노도구로는 거의 소금구이 방식으로만 제공되는 것 같다.
ホタルイカと春野菜の天ぷら. ¥1380. 봄의 신선함을 담은 꼴뚜기외 제철 야채 튀김 요리. 꼴뚜기(호타루이까)가 마침 제철인 것은 오토시를 보고도 느꼈지만 이렇게 튀김으로 먹어도 너무 고소하고 부드럽고 신선한 것이 느껴졌다.
같이 튀겨져 나온 야채 중 죽순 또한 고소하고 아삭아삭 신선해서 튀김임에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바삭바삭 즐길 수 있는 맛. 튀김의 고소함과 씹을 때의 아삭함이 딱 맥주 안주로 최고다.
이제 알쓰가 거진 다 되었기 때문에 처음 한두 잔을 생맥주로 때운 후에는 사와(과실주 등에 탄산을 탄 5% 정도의 술)로 넘어간다. 사와가 따로 메뉴에 없는 경우 원하는 과실주를 선택한 후 탄산소다 추가(소다와리, ソーダ割り)를 하면 사와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あらごしみかん(아라고시 미캉, 귤주) 사와(¥680). 귤 알갱이가 살아있어서 맛있다.
ガスエビの唐揚げ(가스에비노 가라아게, 가스에비 튀김) ¥880. 고소하고 농밀한 맛의 가스에비는 이 근방에서 봄에 제철이다. 가스새우는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서 가라아게로 튀기면 통째로 먹기에 좋다.
레몬을 살짝 뿌리면 새우의 고소함이 한층 더 살아나는데, 그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끝내준다. 새우 본연의 달달한 맛이 튀김의 바삭함과 어우러지면서 절대 질리지 않는 맛!
이날 요리로 제공 가능한 제철 생선이 진열된 진열대. 가끔 메뉴도 메뉴지만 이 진열대에서 생선 상태나 종류를 보고 추천을 받아서 주문을 하기도 한다.
トロ鯖塩焼き ハーフ. ¥880. 토로사바 소금구이를 하프(half 절반)만 시켰다. 토로사바는 고등어 중 지질 함량이 21% 이상인 것을 가리킨다고 한다.
지방이 오른 것뿐만 아니라 육질도 부드럽고 섬유가 세밀해서 맛이 좋다고 하는데, 고등어까지 이렇게 섬세하게 지질 함량으로 분류하는 게 새삼 일본 답다는 생각이 든다. 기름이 사악 오른 게 사진으로도 보인다.
おでん5種. 오뎅 5종. ¥1,180. 가나자와가 워낙 오뎅으로도 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시켜보았다.
예전엔 오뎅이 한국에서 먹어본 어묵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일본에서 이자카야를 가다 보니 오뎅 육수에 들어간 다양한 야채, 생선, 고기, 완자 모두를 오뎅으로 부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독특한 조합의 내장과 고기를 함께 넣은 가나자와 스타일의 오뎅 역시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기에 안성맞춤! 오뎅으로 이자카야에서의 식사를 마무리하는 건 꽤 좋은 코스 같다.
우메슈(매실주)를 탄산에 탄 우메슈 소다와리. 이것도 평소 이자카야에서 마지막 즘에 조화주 겸 즐겨 마신다. 혹시 일본 여행에서 아직 안 마셔봤다면 식사 마무리 식후주로 추천한다.
저녁 총비용은 13,240엔으로, 신선한 제철 해산물과 술을 양껏 마신 두 사람의 식사로는 적당한 가격이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그 지역이기에, 그 시기이기에 맛볼 수 있는 것들을 먹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