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은 어떤 존재인가요?”
지난 연말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머물면서 미국에 사는 지인네 가족과 데스벨리 1일 투어를 신청했다. 투어의 메인테마는 데스벨리였지만, 가는 길에 잠시 들르는 일정 중의 하나가 외계인연구소 근처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그 대화가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평소 나에게 외계인은 소위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상상 속의 존재, 영화 속에 나오는 괴생명체로서, 실제 그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를 고민할 정도의 관심조차도 없던 것이었다. 당연히 대화의 주제가 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인의 가족은 뜻밖에도 외계인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었다. 게다가 그건 종교처럼 누군가 그냥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인즉슨, 수많은 사람들이 외계인을 목격해 왔고 그것이 특정 시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왔다는 점, 실제 외계인을 만난 사람의 생생한 증언, 대선후보조차도 UFO와 관련한 비밀문서를 대중에게 공개하자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는 점 등등이었다. 요약하자면,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이었다. 실제 미국에서는 외계인 연구소가 존재한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다만 지인은 평소에 이런 얘기들을 잘하진 않는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주제를 굉장히 불편해하고 심지어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런 주제가 그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새삼 나의 시야와 관심사가 굉장히 좁았구나! 하고 느꼈다는 것이 중요했다. 틀 안에 있을 때는 그 틀이 전부인 것처럼 살지만 어느 순간 틀 밖을 벗어나면 나의 세상이 얼마나 좁은 지를 느끼게 될 때가 있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었다.
대화 중 가장 나의 흥미를 끈 대목은 바로 외계인의 특징에 관한 부분이었다. 외계인은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등한 생명체라는 거다. 그리고 우주에는 수많은 생명 종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인간은 굉장히 미개한 종이라는 거다.
내가 말했다.
“외계인 눈에는 우리가 닭 같은 거네?”
평소에 나는 걱정이 많은 편이다. 특히 작년부터 사춘기에 접어든 마냥 구는 초등학생 딸과의 갈등, 기타 사소한 문제들로 인해 감정 소비가 많았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닭같이 미개한 존재라고 생각하니 내가 왜 그렇게 사소한 것들에 연연하면서 살았고 또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웃음이 났다. 재미있는 상상이었다. 굉장히 심각하게 살아가는 닭을 마치 내가 외계인이 되어 그 시점으로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미개하니까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돼 라는 자조적인 심정이 아니라 그냥 굳이 작은 일에 연연하고 힘 빼고 살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거다.
우리가 가끔 압도당할 만큼 광활한 바다, 광대한 산과 같은 대자연을 마주할 때 나의 존재가 굉장히 작고 미약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겸손함을 찾게 될 때가 있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었달까. 어쩌면 나의 고민들도 내가 나 스스로를 너무나 고등한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에 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는 ‘그저 나는 닭이다’ 생각하고 이런저런 고민 없이 편안하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한 마디가 떠오른다.
“야 너 뭐(라도) 돼?”
여전히 나는 외계인이 존재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다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제 외계인이 나에게 조금쯤은 ‘친근한’ 존재가 되어버린 건 확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