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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기도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걱정

by 글도장


“항상 행복하세요.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그녀가 주변에 생일이나 명절 인사 등을 전할 때 자주 하는 말이다. 물론 그녀의 마음은 진심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쓸 때마다 사실 그녀는 조금 망설인다. 과연 ‘항상'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걱정이 많았다. 부모님이 외출해서 늦게 오실 때면 밖으로 나가 차가 들어오는 걸 기다리거나, 불안함을 잊기 위해 피아노를 치곤 했었다. 혹시 사고가 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설마‘, ’혹시‘라는 생각조차 그녀에게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으로 다가왔다.

각종 드라마, 영화 속에서 하필이면 꼭 그 위험한 사건이 주인공에게 일어나지 않나. 그러한 것들이 그녀에게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을 거다. 또한 안타까운 사건, 사고들이 예전보다 자주 발생하는 것들도 그녀의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었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는 그 생각을.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남들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 자세히 말하기는 곤란한, 하지만 정말로 당시에는 ’왜 나에게‘라는 말이 나왔던 일을 겪기도 했었다. 그 이후로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그게 내가 아닐 거라는 보장은 없지...’라는 생각은 점점 확고해져 갔다.


물론 그러한 생각은 장점도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또한 성공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보장이 있나?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접할 때면, 저 사람도 했는데 나라고 안될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주변에서는 그저 현실감 없는 것으로 보일 테지만 정작 그녀 본인은 꿈을 꾸면서 행복했고 힘을 얻곤 했다.


그녀는 별일이 없이 살 때, 좋은 일들이 자꾸 생길 때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혹시나 나쁜 일이 생기려 이렇게 좋은 걸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이 희미해져 갈 때 즈음, 다시 한번 되새기는 말이 있다. 세상의 그 어느 하나도 당연한 것은 없다는 말.


예상하지 못할 때 닥쳐오는 고난은 견뎌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그녀의 기도는 이러하다.


“주님 제발 제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주세요.”


고난과 힘듦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고, 그걸 아예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는 차마 빌지 못하겠다. 다만, 예상 밖의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가능한 한 능력자이고 싶다. 문제가 생겨도 무력감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자. 또한 그녀는 강해지고 싶다. 문제에 치여 넘어져도 다시 회복하고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수 있는 탄력성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그녀의 작지만 큰 바람이자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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