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랑은 딸과 함께 아침 산책 챌린지 중이다. 며칠 전 신랑이 산책을 다녀온 후 말했다.
"와 벚꽃 정말 예쁘게 폈어, 이제 이번 주가 마지막일 거 같아!"
한때는 봄 하면 개나리 진달래가 떠올랐는데, 언젠가부터는 봄의 절정 하면 벚꽃이 떠오른다.
그 하얗고 바람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시각적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그럴까.
한때는 저 멀리 벚꽃축제 찾아가는 게 유행이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산으로 들로 벚꽃구경을 가지만, 그래도 귀차니스트들조차 동네 어디에서든 쉽게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나 또한 동네를 오며 가며 틈틈이 벚꽃을 즐기는 중이다.
모든 꽃들이 그렇겠지만, 피자마자 금세 져버린다는 점에서 벚꽃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유독 그 화려한 모습 때문인지 절정을 팡하고 터뜨린 후 한순간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다.
김윤아가 부른 '봄날은 간다' 노래를 들으면 늘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뮤비에 그런 장면이 있었는지 그냥 나의 상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 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가사가 마음에 박혔다.
머물 수 없는 사람들, 이라는 말속에서 내 인생을 스쳐가는 사람들, 나아가서 머물 수 없는 순간들로 생각이 뻗어갔다.
우리가 보내는 일분일초가 머물 수 없는 순간들이다. 다시 오지 않는 것이라는 유한함을 깨닫는 순간 관계든 시간이든 새삼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을 같이 가자는 남편에게 둘이가~ 하고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기 일쑤였는데 이번 주말에는 꼭 같이 한 번 나가야겠다. 올해의 벚꽃이 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