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나의 색

〈다채로운의 시작〉

by 다채로운

어릴 적 나는 가족들에게 색을 정해줬다고 한다.

엄마 색은 빨간색,
아빠 색은 까망색,
고모들 색은 초록색,
삼촌 색은 파란색,
할머니 색은 노란색.


그리고 친언니처럼 자란 사촌언니는 핑크색.


가족들에게 색을 다 나눠주고,
정작 나는 갈색으로 정했다던 어린 나.


지금의 나는 무슨 색일까?

예전 같으면 단번에 “핑크!”라고 했을 것이다.
난 분홍색을 좋아하니까!
(지금도 내 물건 대부분이 분홍색이다.
어제도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왜 다 핑크야??”)


그래, 여전히 핑크색에 둘러싸여 있어서
나의 색은 핑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리 단순하게 정할 수가 없다.


어릴적, 작은엄마의 매니큐어 색을 설명한 적이 있다.
펄감이 들어 있는 메니큐어 였는데
빛과 각도에 따라

흰색 같기도, 파랑 같기도,
분홍 같기도, 은색 같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그 신비로운 펄감에
핑크를 살짝 더한 느낌아닐까.
(핑크는 포기 못하니까!)


엄마이자 딸,
아내이자 며느리.
엔지니어지만 작가가 되고 싶고,
문구 사장이 되고 싶어하는,
직장인이자 브런치와 블로그를 하는 ‘프로 딴짓러’.


이 모든 모습들 사이에서
매일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아슬아슬하지만, 아직 무너지진 않았다!)


상황에 따라, 기분에 따라,
이렇게 보이기도 하고 저렇게 보이기도 하는
약간 신비로운 색깔.


하루의 색이 매번 달라도 괜찮다.
어떤 날은 옅은 파스텔 같고,
어떤 날은 선명한 네이비일 때도 있다.
빛날 때도 있고, 빛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 변화 자체가 나의 색이다.


여러 색이 섞이면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복잡함 속에서
은은하게 미쳐 있고, 은은하게 빛난다.


그래서 ‘다채롭다’는 말이 좋은가 보다.
나에게 다채로움이란
색의 다양성뿐 아니라
빛의 결이 살아 있는 상태다.


색을 잊고, 빛을 찾지 않던
정신없이 바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밤을 새워 소설과 웹툰을 읽는다.
내 안의 어린 나를 다시 돌본다.


이런저런 색과 빛이 만나
내 안에서 따뜻하게 어우러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색이 번져도, 어딘가 흐릿해도 괜찮다.


그건 여전히
‘다채로운 나’의 또 다른 얼굴이니까.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미쳐도 곱게, 미쳐도 따뜻하게.
그렇게 다채로운 나로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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