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매일의 조각들>
예전에는 재택하는 날이면
점심시간에 나의 베이비 노견, 나노와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도,
나무 냄새도,
계절이 바뀌는 온도도
그때는 모두 자연스럽게 하루의 일부였다.
하지만 지난 봄,
나노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후로
그 리듬이 통째로 사라졌다.
산책이 없어졌다는 건
그저 밖에 나가는 시간이 줄었다는 말이 아니었다.
자연과 연결된 작은 감각들까지 함께 줄어들었다는 뜻이었다.
예전의 나는
바람의 방향,
공기의 냄새,
빛의 따뜻함 같은 걸
별생각 없이 잘 느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감각들이 조금씩 흐릿해졌다.
아침에 문을 열어도
오늘 공기가 어떤 톤인지 잘 모르겠고,
햇빛이 바닥에 떨어지는 결이나
나뭇잎의 움직임도
나와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유모차를 끌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자연의 변화가 매일의 일부였고,
나노와 아이들을 함께 키우던 시절엔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환경의 변화가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집 → 회사 → 집
그 반복 속에서
그 작은 감각들이 종종 빠져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마트에 가려고
오랜만에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데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순간,
“아, 이 느낌.”
잊고 있던 감각 하나가
툭 하고 되살아났다.
마치 오래된 상자를 조심히 열어보는 기분처럼.
그날 이후로 나는
억지로 자연을 느끼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놓아버린 것도 아니다.
그저 멀어졌던 감각을
조금씩 다시 가까이 두려 할 뿐이다.
출근길에 손등으로 공기의 온도를 느껴보거나
점심시간에 카페 창문 너머 햇빛의 모양을
잠깐 바라보는 정도.
대단한 깨달음도 아니고
극적인 변화도 아니지만,
그 짧은 순간들이
요즘의 나에게 작은 색을 더해준다.
살짝 환해지는 느낌.
나노와 함께 걷던 산책길은
이제 지나간 장면이 되었지만,
그때 느꼈던 감각들—
바람, 냄새, 따뜻함, 계절의 결—은
다시 내 하루 안으로 천천히 돌아오고 있다.
억지로도 아니고,
놓아버린 것도 아닌,
그저 조금씩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으로.
그리고 문득,
이런 순간마다 나노가 참 많이 보고 싶다.
아마 그때의 감각과 함께
나노와의 시간도
조용히 내 마음속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