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기록하는 일상
무사히 이사를 마쳤다.
이제 남편과 내가 세세하게 정리하는 일만 남았다.
첫 이사여서 일정에 맞게 일이 착착 진행될지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잘 마쳐서 다행이다.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어쩐지 오전에 생각보다 일찍 짐을 내리고 출발한다 했다.
도로 한복판에서 이삿짐을 실은 5톤 트럭이 고장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와 남편은 이미 새로 이사 가는 지역에 도착해 있었는데, 이삿짐 차량은 결국 5시간이나 더 늦게 도착했다.
처음엔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기다렸지만 마냥 그곳에 있을 수는 없어서 빈집에 들어가 있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집에 가만히 누워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자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원래대로라면 오후 3~4시쯤에 끝났어야 하는 이사가 밤 8시 30분에야 마무리됐다.
무려 14시간 걸린 셈이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돌아간 뒤 나와 남편은 바닥 전체를 한 번 더 닦고, 샌드위치로 저녁을 때웠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 앞 편의점에서 물과 다음날 아침에 먹을 요거트 정도만 사온 뒤 씻고 침대에 누웠다.
이사 온 첫날밤, 이상하게 낯설지 않고 그냥 '우리 집'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곧 이유를 알았다.
남편과 나, 우리가 함께 있는 곳 그 어디든 집이라는걸.
아직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아 따끈따끈하게 데워진 침대와 최대로 틀어두어 윙윙 거리는 선풍기, 이사 첫날부터 깜박깜박하다가 결국 완전히 깜깜하게 나가버린 침실 전등과 노랗게 빛나는 머리맡 무드등!
분명히 여느 날과 다른 상황이지만 기분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다.
이사 첫날, 포근하고 아늑한 우리 집에서 남편과 함께 누워 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