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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그래퍼 Aug 23. 2023

예쁜 새댁이라고 불린 날 사진 일기

가볍게 기록하는 일상

Photo by Lifegrapher D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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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공주로 이사 와서 며칠 지내보니 사람 사는 정이 있는 따뜻한 동네라는 느낌이 든다.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하면, 더 큰 친절과 관심이 돌아오는 곳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지낼 때는 날 선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웃으며 다가가도 꼬아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 공주에서는 아직 많은 사람들을 만난 건 아니지만, 오며 가며 짧게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내가 처음 만난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미소와 인사)만 갖춰도 확 호의를 보이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곳에 대한 내 첫인상은 '인간 관계에 대한 상식이 더 잘 지켜지는 곳'이다.  


이사 온 우리 집 바로 앞에는 아름다운 금강이 흐르고, 앞뒤 베란다 창문에서도 한 켠에 금강이 보인다. 이런 곳에 살면서 하루에 한 번이라도 금강을 보러 나가지 않는 건 유죄라는 생각에 무더운 날씨에도 집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에 같은 아파트 주민을 만났다. 아담한 할머니였다. 눈이 마주쳐서 먼저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자 "어디 살아요?"라는 물음이 돌아왔다. "여기 위에 이사 왔어요"라는 말에 "새댁이에요?"라고 물으셨다. 그렇다고 하자 환한 눈웃음과 함께 "아이고 예뻐라~ 예쁜 새댁이 왔네"라는 말씀을 건네셨다. 기분이 좋았다. 단지 예쁘다는 단어 때문이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이 보이는 호감과 호의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전에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라 생소하고 낯설지만 참 좋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아파트이지만, 장독대에 장을 담그며 사는 곳.

아파트 단지 안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에 더위를 피하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곳.


아직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네지만 마음은 정겹고 따뜻해진다.

처음 공주에 집을 보러 왔을 때, 잠시 쉬러 금강 공원 벤치에 앉았는데 굽이굽이 흐르는 금강이 나를 폭 감싸며 반겨준다는 느낌이 든 적이 있다. 그때 느꼈던 기분이 다시금 들었다. 더 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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