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코멘터리: 미디어, 사람, 인생에 관한 온갖 잡다한 코멘터리
말 그대로 인생을 시뮬레이션하는, 인생 게임 심즈를 처음 접한 건 10년 전 즈음이었다.
원래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심즈2를 처음 시작하고 푹 빠져서 며칠 밤을 지새며 플레이했던 기억이 난다.
심즈는 그동안 접했던 게임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인간의 삶과 일상 생활에 대한 디테일이 남달라서 하는 내내 감탄했고,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생각해봐도 제작진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놀라웠던 게임이었다.
심즈의 매력 포인트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문득 생각이 난 3가지를 기록해본다.
(매우 주관적인 기준으로 정했으며, 이 게임을 하지 않은지 10년이 다 되어가기 때문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심의 상태가 좋을 때
심의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그동안 했던 다른 게임에서는 에너지가 떨어지면 물약 같은 걸로 언제든 채워줄 수 있었지만 심즈는 달랐다.
심즈 안에서 내 캐릭터를 데리고 파티에 가고 학교도 가고 재밌는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면, 정말 금방 여러가지 욕구들이 바닥이나곤 했다.
내 캐릭터가 허기지면 냉장고나 주방기기 들을 클릭해서 음식을 대령해야 하고, 용변이 급하다고 하면 재깍재깍 화장실에 보내줘야 하고, 위생이 떨어지면 샤워를 시켜줘야 한다.
에너지가 떨어지면 소파에서 쉬거나 침대에서 잠을 재워야 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신체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가다보니, 내 캐릭터가 별 거 하지도 못했는데 금방 해가 지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게 아쉽기도 했다. 무슨 게임이 이렇게 디테일한지 싶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 심즈가 아닌 나의 진짜 삶에서 직장을 다니며 독립 생활을 경험해보니, 정말 사는 데 이런 기본적인 몸의 컨디션을 유지해주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혼자 살면서 회사에 다니니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도, 푹 쉬는 것도 쉽지 않더라.
결국 몸은 항상 피곤하고 정신은 몽롱하고 얼굴은 항상 부어있고 다크써클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었다.
어쩌다 푹 자고 일어난 날이면, 그냥 아침에 눈 뜬 것 뿐인데도 기분이 좋고 행복했다.
이에 다시한번 느꼈다. 컨디션 관리는 매우매우 중요하고 심즈는 정말 현실을 잘 반영한 게임이었다.
심즈의 캐릭터인 심들은 게임 안에서 여러가지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요리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쉬운 요리만 할수 있지만 경험과 능력이 올라가면 더 고난이도의 요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심즈 세상 속 갖가지 물건을 클릭하면 특정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메뉴가 나오는데,
예를 들면 책을 눌러서 읽게 하면 지식이 조금씩 쌓이고 거울을 눌러서 연설 연습을 하면 카리스마가 올라가는 식이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어린이 낙서같은 그림을 그리다가, 연습을 점점 많이 시키고 시간을 투자하면 점점 작품 다운 작품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능력을 키우는 것 역시 게임 안에서 시간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그냥 인생을 즐기는 심(캐릭터)을 만들고 싶다면 별 능력을 안 키우고도 플레이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심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면, 어떤 목표가 생기고, 재능을 키워서 목표를 달성하면 심의 행복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심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하나쯤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단지 '어떤 재능을 얻으려면 시간을 많이 들여야한다'는 것 뿐아니라
'시간을 들이면 그게 무엇이든지 그 전보다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실제 인생에서 그동안 전문직이 아니라 사무직으로 일해왔는데, 나만의 재능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껴서 최근 회사를 그만 두고 새로운 배움의 길을 앞두고 있다. 인생은 길고 아직 나는 젊다고 생각하여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공부하고 새 진로를 찾아가려고 한다.
심즈를 잘 들여다보면 인생의 본질적인 부분을 여러모로 되새길 수 있다.
심즈 세상의 사람인 심은 저마다 다른 성격과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꿈과 목표도 가지고 있다.
심즈에서는 이 꿈과 목표를 야망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는데, 이 야망은 작은 단계의 목표부터 정말 인생의 가장 크고 중요한 장기적인 꿈까지 다양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퀘스트 깨듯이 내 심의 야망을 성취해주려고 하는 편이었다. 심이 원하는 것을 달성해주면 심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게임 내에서 혜택이 발생했다.
심즈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게 이 부분, 이 야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꿈과 목표에 대한 부분이었다.
플레이하다 보면, 심이 가졌던 가장 중요한 야망(꿈, 목표)를 어쩔 수 없이 도저히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이루지 못할 야망(꿈, 목표)를 그냥 내버려둔다면, 내 심을 내가 원하는 정도까지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가 없다. 이 경우 이루지 못할 야망을 삭제하고 다른 꿈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했다.
앞서 언급했던 다른 두가지 내용은 사실 심즈로 인해 다시한번 느끼게 된 것 뿐이지 오직 심즈를 통해서만 알게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꿈은 하나일 필요가 없고 언제든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심즈를 하며 깨달은 것이었고, 이게 꿈에 대한 내 인식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내가 실제 인생에서 어떤 꿈을 가지고 노력해왔다 하더라도, 언제든 상황이 바뀌거나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그러면 나에게 더 잘 맞는 다른 꿈을 찾아, 그 새로운 꿈을 위해 다시 노력하는 게 내 인생의 행복을 위해 더 좋지 않을까.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 있었는데,
대학교 4학년 무렵 문득 '꿈을 쫒다가 오히려 내가 꿈에 쫒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그 꿈과 작별했다.
아니 작별이라기보다, 기존 꿈과 본질적인 방향은 같지만 그 형태는 다른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나의 제한된 배경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했던 꿈은 그저 내가 하고싶었던 일을 내가 아는 범주 내에서 골랐던 것 뿐이지, 내가 진짜 딱 그 직업을 갖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갖고 있던 꿈을 포기하고 다른 꿈을 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니 내가 새롭게 선택한 길에 더 자신감이 생겼다.
꿈을 바꾸었지만, 나는 잘못 가고 있는 게 아니구나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로부터 꿈이 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아왔고,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갈 때마다 담임선생님에게 꿈을 적어서 제출해야했다. 그래서 20대 초반까지는 막연히 꿈 하나를 정하면 그걸 지켜야한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심즈를 통해 '꿈'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의 큰 전환을 하고나서,
내 꿈은 '평생 꿈 꾸며 사는 것'이 되었다.
그 구체적인 꿈의 모습은 매번 달라지더라도, 꿈과 소망 한가지 쯤은 품고서 언제까지고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
오랜만에 심즈 생각을 했더니 심즈가 하고 싶어 진다.
약 10년 전에 심즈2를 했었는데, 벌써 심즈4가 나온지도 꽤 됐다고 한다.
여유 시간이 많아지면 한번 심즈4도 플레이해보고 싶다.
찾아보니 모바일 심즈도 있어서 바로 다운받아 플레이해봤다.
역시 중독성이 엄청난, 매력적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오늘은 심즈로 어떤 인생을 미리 경험해볼까?
인생은 상상도 못했던 일들의 연속, 오늘을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