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

by 김선철


‘바바리’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중절모를 눌러 쓰고 남의 눈길을 피하려 애쓰는 스파이나, 안개 속을 쓸쓸히 거니는 외로운 중년 남성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깊어 가는 가을, 낭만적인 분위기가 서린 강가에서 낙엽을 밟으며 거니는 한 쌍의 남녀는 예전 영화에서 대개 바바리를 입고 등장했었다. 예나 지금이나 바바리의 인기는 식지 않는 듯하다. 아마도 그 멋스러움과 실용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리에게 ‘바바리’는 ‘바바리 코트’를 줄여서 달리 이르는 말이다. 봄, 가을에 입는 긴 외투로서, 이를 만들어 유명한 영국의 의류 회사 ‘버버리’(Burberry)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나 ‘버버리’ 사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그런 외투를 우리는 모두 ‘바바리(코트)’라는 외래어로 부르고 있다.


일본에서도 우리와 거의 같은 어법을 구사하고 있어 ‘바바리’가 일본을 거쳐서 유입된 외래어 아닌가 싶다. 바바리를 ‘바바리 노 고토’ (バーバリのコート)라고 하거나 뒤를 자르고 우리처럼 ‘바바리’ (バーバリ)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략 1915년에 일본에 처음으로 바바리가 수입되었다고 하며, 1950년대 이후 ‘바바리’라고 줄여 부르는 어법이 퍼졌다는 설이 있다. 다만 우리 언론 기사는 1935년 8월 5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처음 나타나기 때문에, ‘바바리’로 줄여 이르는 어법은 우리가 먼저 시작했을 수도 있다.


바바리는 트렌치코트(trench coat)가 발전된 것으로 보는데, ‘참호용 외투’라는 뜻의 트렌치코트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의복은 원래 군복의 일종이었다. 대부분의 의복은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렌치코트는 처음 고안한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토머스 버버리라는 사람이 개버딘이라는 방수 천을 발명한 뒤 이를 재료로 하는 트렌치코트를 영국군에 납품한 것이 출발로 여겨진다. 이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장교가 주로 참호형 진지에서 입던 옷으로서, 지금의 바바리에서 볼 수 있듯이 목 아래의 깃은 세워 펴서 끝을 겹치게 하여 완전히 목을 덮을 수 있으며, 옷감과 같은 재질의 천으로 허리띠를 만든 형태였다. 트렌치코트였던 당시와는 천의 종류나 길이, 모양 일부가 바뀌면서 바바리는 군복이라는 원래의 다소 딱딱한 관념을 벗어난 멋스러움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남녀가 모두 입게 되었다.


[유래]

바바리: Burberry > 바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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