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은 한글을 이용하여 우리말을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적는 방법을 정한 것이다. 외래어 표기 역시 관용화된 표기인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런 기본적인 원리가 적용되기 마련인데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종종 보인다.
서양 사람 이름 ‘Michelle’은 그 소리에 맞추어 ‘미셸’로 적어야 하나, ‘미쉘’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쉘’의 ‘쉐’는 소리 [셰]와 거리가 멀다. ‘쉐’는 [궤]의 첫 소리만 ‘ㅅ’으로 바꾼 것을 적은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쉐’가 [셰]를 적은 것이라면 ‘궤’는 [계]를 적은 것이 된다. 우리말 ‘쇠’의 표준발음은 원칙이 ‘외’를 한번에 발음하는 [쇠], 허용이 [쉐]인데 언중의 가장 흔한 발음이 [쉐]인 것을 떠올리면 더 빨리 ‘쉐’의 발음이 이해될 것이다. 즉, ‘미쉘’을 ‘미쇨’로 적어서 같은 소리를 표시하려고 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이러한 표기의 혼동은 외국어의 [ʃ]를 흔히 ‘쉬’로 적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즉 ‘캐시’를 ‘캐쉬’로 잘못 적다보니 ‘섀’나 ‘셰’로 적어야 할 것을 ‘쉐’로 적게 되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소리와 맞지 않게 ‘쉐’를 쓰는 다른 말이 더러 있다.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shadow’는 대개 ‘쉐도우’라고 적혔으나 ‘섀도’가 맞다. 개의 품종 ‘shepherd’는 ‘셰퍼드’로 적어야 하며, 상표로 쓰이고 있는 ‘쉐라톤’, ‘포르쉐’도 발음대로 적자면 각각 영어 표기법과 독일어 표기법을 적용하여 ‘셰라턴’(Sheraton), ‘포르셰’(Porsche)로 적는 것이 옳다. 1960대의 프랑스 영화 ‘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의 바른 표기는 ‘셰르부르의 우산’이다. 철자에서 알 수 있듯이 Cherbourg에는 엘(L)이 없다.
그런데 이런 ‘쉐’의 역사는 꽤 길었다. 1926년에 Sheffield를 ‘쉐필드’로, 1936년에 Shelley를 ‘쉘리’로 적은 기사가 보인다. 반면 고신문에서 ‘셰’형은 매우 드물었다. 우리 선대 분들은 이 두 소리를 표기로 쉽게 구별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저빈도 음절이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앞선 시대에 이 두 표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문자 생활을 해온 상황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의문 하나는 예전부터 왜 하필 ‘쉐’인가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유력한 이유는 이것이 더욱 ‘외국어스러운’ 표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신문을 보면 ‘셰’는 고유어나 한자어 표기로 상당히 자주 등장하지만 ‘쉐’, ‘쉘’ 등 ‘쉐’형은 주로 외국어 표기에만 등장함을 알 수 있어 ‘쉐’형이 외래어용 음절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리]
미쉘 → 미셸 쉐그린 → 셰그린
쉐도우 → 섀도 쉐퍼드 → 셰퍼드
쉘부르 → 셰르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