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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조 Aug 11. 2020

내겐 너무 활기찬 포르투갈 사람들


포르투갈에서 혼자 여행을 하던 날의 이야기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뚱뚱한 검표원이었다. 나는 여러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껴서 줄을 서 있었다. 앞사람이 입장하고 나도 검표원에게 입장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검표원 아저씨가 나를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


포르투갈어로 신나게 말을 하는데, 영문을 모르는 나는 어정쩡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저씨는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했고, 들어가는 나에게 활기차게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아이고 동양인 소녀가 이런 곳을 혼자 다 오고! 너 몇 살이니, 즐거운 여행 되렴. 하하하!


포르투갈어는 모르지만 대충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격한 인사에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명랑한 환영의 기운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수도원 중앙 잔디가 더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나도 좀 더 가벼운 걸음으로 수도원을 활기차게 돌아다녔다.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포르투갈의 어느 언덕길에서 마주친 청년이었다. 포르투갈에는 언덕이 많다. 그중에서도 해질녘 노을을 보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장소들이 있다. 나는 그중 한 곳에 올라가 노을을 감상하고 숙소에 돌아가고 있었다. 웬만하면 밤에는 돌아다니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노을을 보고 나니 금세 날이 어두워졌다. 서둘러 언덕길을 내려가던 중, 맞은편 길가의 청년이 나를 불렀다.


“Hey hey! Are you Japanese? Chinese? Korean?”
“Hi, I’m Korean!”


웬일이람? 보통 저런 남자애들은 보자마자 니하오, 니하오 하면서 놀리기 바쁜데. 그나마 좀 나은 사람인가 보네, 생각하며 적당히 손만 흔들고 가려는데 그 사람은 대뜸 없이 “사랑해!”라며 자기 집에 오지 않겠냐고 외다.


좀 나은 사람이 아니라 똑같이 이상한 사람이었어. 황급히 “No!”를 외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자 그 남자 청년은 무단횡단을 불사르고 “사랑해!”를 연발하며 나에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냥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완전히 미친 X다! 포르투갈의 밤길에 벌어진 추격전이었다. 완전히 큰길로 나올 때까지도 그 남자는 계속 나를 따라 뛰어왔고, 나는 마음이 너무 급해 바로 앞에 오는 아무 트램에 타버렸다. 그 남자가 길을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트램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혹시 몰라 두 정거장을 간 다음 내렸다.


이베리아 사람들은 흥이 많고 활기차다더니,  활기 고스란히 느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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