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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조 Aug 13. 2020

하얀 황인이 진짜 백인을 만나면 벌어지는 일

앞으로는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학교 친구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너는 아시아인인데 왜 얼굴이 하얗니?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살아오면서 그동안 나에게 ‘왜’ 하얗냐고 물어본 사람들은 없었기에 의외의 질문이었다. 보통 한국 사람들로부터 하얀 피부에 대해 받은 질문이라고는 “너네 가족들도 하얘?”라는 질문이 전부이기에 나는 (예/아니오)로만 대답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음, 글쎄? 우리 아빠가 하얗긴 해. 확실히 내가 다른 아시아인 친구들보다는 하얗긴 하지. 근데 우리나라에는 나보다 더 하얀 사람들도 있어.”


결국 나는 한국에서 늘 대답해온 것처럼 우리 아빠가 하얗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시아인들 중에도 하얀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항상 덧붙였다. 아빠가 하얗다는 말을 하면 “너희 아버지가 다른 나라 사람이?” 같은, 그동안 겪어온 일반적인 대화의 흐름과는 매우 다른 결의 질문들이 또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아시아인을 만나기 힘든 너희들에겐 내가 신기할 수 있어도, 내가 그렇게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야’라는 의미의 말을 미리 보충하곤 했다.


“신기하다. 아시아인인데 우리들만큼 하얀 사람은 처음 봐.”

“나도 그런 말 많이 들었는데, 막상 백인들과 사진 찍으면 확실히 다르더라.”


유럽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하면 때로는 기분이 좋기도 했다가, 때로는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다. ‘어디 아프냐’라든가, ‘우리들만큼’, ‘아시아인은~’ 같은 단어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특히나 그들 중에는 너무 하얀 것보단 자연스럽게 햇볕에 탄 피부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칭찬인지 욕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냥 단순한 궁금증이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몇 년 전이지만 동양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미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고,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항상 ‘South or North?’라는 물음이 따라왔으니 말이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에 와서 추억하다 보니 인종과 피부색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우리도 ‘서양 사람들 = 백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스페인에 가면 갈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은 백인은 아니지만 흑인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그나마 황인이 가장 가까울 것 같지만 우리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서인지 같은 그룹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이상하다. 아직도 ‘유럽 사람’하면 백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다 하얗지는 않다는 것 정도가 내가 알게 된 것이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피부색으로 사람을 나누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나부터도 내가 심리적/문화적으로는 확실한 황인이지만, 피부색만 가지고 보면 확실한 황인인지 애매한 황인인지 애매한 백인인지 대답할 수가 없다. 피부가 더 하얬던 어린 시절에는 확실한 백인이었다가, 앞으로 20년 정도 세월이 흘러서 피부가 더 타면 확실한 황인이 될까? 나도 나를 알 수 없는데, 내가 피부색으로 인종에 대한 구분을 매겨서 무엇을 하겠는가. 다만 몇 년 전보다는 더 많은 외국인들이 아시아인들의 피부색이 그들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yellow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여러 유럽인들을 보고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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