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우리는 이 시장의 참여자들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시장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나, 나의 친구들, 혹은 나나 나의 친구들과 비슷한 사람들이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보통은 내가 관심 있는 회사, 친구 누군가가 매수했거나 어디서 소문을 듣고 추천하는 회사에 대해 알아본다. 그러나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정말로 신경 써야 할 주식 시장의 투자자는 외국인과 기관이다. 그중에서도 외국인이다.
이들의 존재는 인터넷 기사를 보거나 주식 커뮤니티 등을 하며 알게 된다. 이들의 존재감은 올 3월에 특히 도드라졌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가 굉장한 확산세를 보이며 이것이 주식시장에 크게 반영되었던 시기다. 아래 문구들은 3월 한 달간 매일 속보로 볼 수 있었던 기사 제목들과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외국인 엑소더스에 코스피‧코스닥 폭락...
코스피 투자자 패닉, 외국인은 11 거래일째 ‘팔자’
코스피 하락 마감... 개미는 홀로 ‘사자’
외국인 매수에 코스피 급등
매거진 첫 글 ‘코스피, 코스닥, 상장’에서 코스피는 100원만 떨어져도 ‘붕괴’, ‘급락’ 같은 단어가 등장하며 굉장히 큰 문제로 부각된다고 작성했다. 코스피는 근 10년이 넘도록 2000원에서 2200원대 구간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런 코스피가 올 3월, 14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당시 모든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나는 코스피 상승과 하락의 여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1800원대에 들어설 때쯤에는 딱딱한 문어체의 인터넷 기사만 읽는데도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동안 개념만 알고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종합 지수'라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된 때가 바로 3월이었다. 내가 본 유튜브 영상에서는 코스피 지수만 보면 경제 수준이 거의 10년 전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했다.
세상에, 10년 동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지금 경제 수준이 그때와 같은 평가를 받는 거라고?
위에서 발췌한 문구들을 보았을 때, 외국인이 팔면 지수가 떨어지고, 개미가 사는 것은 별다른 영향이 없고, 외국인이 사야 지수가 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들었던 생각은 ‘도대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었길래 며칠 만에 이렇게나 많은 금액을 팔아치울 수 있는 걸까, 우리나라의 종합 주식 지수를 10년 전 수준까지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걸까?’였다.
주식 어린이들이 자주 듣는 조언 중 하나는 ‘개미는 그저 외국인과 기관의 움직임을 따라가라’이다. 실제로 외국인과 기관이 어떤 종목을 매입하면 가격이 쑥 올라갔다가도, 이들이 주식을 팔면 가격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현상을 보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학개미운동에 참여했던 한명으로서 이 조언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왼쪽 종목투자자잠정, 오른쪽 종목투자자 (주식 어플 영웅문S 캡처)
- 종목투자자잠정: 당일 시간대별로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 현황을 잠정치(추정치)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