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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거북이 Feb 24. 2021

취업 준비생의 하루 2

16년 전, 매일매일 취업이 목표였던 삶

2005년 취업 준비생 시절 겪었던 일을 편하게 써 보고자 합니다.




 오후 5시 L군과 PC방을 향했다. J군은 합격했으면 알려달라고 말했다. D사 입사원서부터 쓰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아직 최종 제출하지 않은 지원서를 읽어보며, 내용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15분만에 대략의 내용을 완성했다. 저번에 작성한 내용이 생각보다 많았기에 금방 끝났다.


그래 일단 저장해 두고, 나머지는 최종 제출하기 전에 검토만 해보자. 이렇게 마음먹고, ‘G’사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G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더니 나름 잘 꾸며져 있었고, 지원서 양식도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금방 끝날 것 같다. 그리고, 왠지 홈페이지를 보니 회사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규모도 있고, 좋은 회사인 것 같다. 예감이 좋다.


G사 지원서를 다 쓰고, 최종 제출을 하였다. 그리고, M사 정보도 찾아보고, 다른 취업관련 자료, 소식을 보다 보니 6시가 되었다. 저녁 먹을 시간인데 L군은? 다행히 L군은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적어도 7시 발표날 때까진 조용하겠군. 두 군데 지원서를 다 작성하고 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라고 할까. H사를 떨어져도 나는 아직 다른 기회가 남았다. 뭐 이런 종류의 하찮은 자기 위안을 위한 보험. PC방 안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로 북적이었다. 초등학생, 대학생, 아저씨, 커플들까지. 적어도 도서관 안의 사람들 보다 더 많고, 다양하고, 그리고 더 열심이다.


6시 반부터 계속 H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합격자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 접속자가 많은지 새로 고침 버튼을 누를 때마다 조금씩 더 화면이 열리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새로 고침을 눌렀는데 어? 화면이 다르게 바뀌었다. 합격자 발표가 났고, 접수번호를 기재하라고 한다. 접수번호를 입력하고 엔터, 또 불합격이다. 아주 잠시 잠깐 허탈한 기분이 지나갔다. 뭐 항상 이랬는데 새삼스럽게 충격 받을 이유는 없다. 내 화면을 고개를 기울여 L군이 본다.


“야 나가자. 배고프다. 내가 밥 살게.” L군이 말한다.


난 그냥 알겠다 라고 대답하고,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J군과 셋이서 부대찌개 집으로 향했다. J군이 합격했냐고 묻자 L군이 대신 고개를 저어 주었다. J군도 도서관에서 접속했고, 불합격이라고 말했다. ‘K’군과 ‘B’군도 불합격이라고 한다. 다행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 같이 불합격이니 내가 못해서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위로가 되었다. 그 때 오늘 두 번째로 핸드폰이 ‘웅’하고 울렸다. 낯선 번호 아까 만난 고등학교 동창 H군 이었다.


“혹시 ‘H’사 원서 썼었나? 좀 전에 발표 났는데 나는 합격했다.”


난 잠시 숨을 고르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 난 S사 썼는데 아무튼 축하한다. 면접도 잘 봐라.”


휴. 명문대학 아니어도 서류 통과하는 사람이 있구나. 갑자기 위로가 되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H군보다 못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냥 일개 회사 서류전형이 뭐길래 이렇게 패배감이 드는 걸까? 그리고 나는 왜 이제서야 그런 게 느껴지는 걸까? 나는 왜 H군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나는 왜 아까 도서관에서 H군을 낮잡아 보았을까?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갑자기 입맛이 싹 없어졌다.  L군과 J군은 서로 쳐다보더니 술 시킬까? 라고 묻는다. 마시자. 마셔야 할 기분이다.


“K랑 B도 부를까?” L군이 묻는다. 그래 라고 대답했다. 이젠 술 마시면서 뭐가 문제인지 따져봐야 하는 시간이다. 한 명이라도 더 동참해서 속 시원하게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부대찌개를 먹으며, 예정에 없던 술을 마시게 되었다. 소주가 차가운 게 입에 착 붙는다. 30분 후 K군이 들어왔다.


“B는 오늘 따로 약속이 있단다.” K군이 말했다. K군도 H군과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고, L군과 같이 동네 친구 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땐 나보다 공부를 잘 했고, 그래도 국립대학을 졸업했다. 나보단 레벨이 높다. K군에게 H군 이야기를 하였다. 서류전형 합격한 이야기를.


“그래도 고등학교 땐 네가 더 공부 잘했잖아.” K군이 말한다.


젠장 그게 무슨 상관인가? 넌 H군보다도 나보다도 공부 잘했잖아? 피파 랭킹 높아 봐야 예선 탈락하면 축구 못하는 거지. 속으로만 생각하고, 대신 소주잔을 비웠다. 대학 4년 동안 뭘 한 것일까? 입학할 당시에 그래도 잠시나마 캠퍼스의 낭만을 느낄 때, 난 4년 동안 여자친구도 사귀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해서, 운동도 배우고, 악기도 다루고, 외국어도 한두 개 마스터하고, 졸업하면 바로 취직하려고 목표를 잡았는데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저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난 아직도 제자리 걸음 중이다. 이제 하나의 기회가 지나갔을 뿐이다. 올해 상반기는 어떻게 하든 취직해야겠고, 한 번 떨어진 거 뿐이다. 작년에 떨어진 것은 계산에 넣지 말자. 피넛츠의 찰리 브라운도 야구 매번 져서 매 시즌 꼴등이지만, 시즌 시작할 때 ‘우리는 아직 꼴등이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난 아직 취업 준비생이고, 패배자가 아니다.


다시 즐겁게 술 마실 기분이 들었다. 얼굴 표정이 바뀌었는지 L군이 슬쩍 쳐다보고는 씩 웃는다. 27살 남자들이 할 얘기가 뭐가 있겠는가. 우린 곧 야구, 여자, 새로 나온 게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잊자. 그리고 내일 또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않는가. 스칼렛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고 하였으니, 소설과 같다면 나도 오늘은 엉망이지만 내일은 또 새로운 기회가 있겠지.


두어 시간 술자리를 가지고, 우린 각자 헤어져서 집으로 갔다. 헤어졌다고 하지만 J군만 다른 길로 갔지 동네 친구인 L군과 K군은 같은 방향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틀림없이 우리가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천천히 그리고 조금 비틀거리며 그리고, 주절주절 쓸데없는 얘기를 하면서 가기 때문일 것이다.


L군의 집이 가까워 왔다. 집으로 향하는 건널목을 건너기 전에 L군이 우리 둘을 돌아보며 말했다.


“잘 들어가고, 내가 장담하는데 니네 둘은 좋은 직장 다니게 될 거다.”


K군과 나는 마주보며 씩 웃었다. 조금 더 가다가 우리 집 앞에서 K군과 헤어졌다. 내일부터 도서관 나와서 같이 공부할래?라고 물었는데 K군은 집에서 지금처럼 공부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그럼 할 수 없지. 내일도 점심은 혼자 먹게 되겠군. 집에 들어가기 전에 하늘을 한번 쳐다 보았다. 희뿌연 도시의 불빛, 매연에 가려 달만 덩그렇게 떠 있는 밤 하늘. 달이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하늘의 별이 보여야 별이 바람이 스치우는지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을 붙이든지 하지, 도시에 사는 사람은 감성을 키울 기회도 없는 것 같다. 깜깜한 하늘을 올려다 보는 건 두려운 일이다.


현실도 깜깜한데 그걸 목 아프게 올려다 봐야 하고, 끝도 없이 높고 깊은 어둠을 마주하는 게 두려워서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앞만 보고 또는 아래만 보고 살게 되었다. 나 또한 그렇지 않은가? 취업이라는 눈 앞의 일에만 정신을 쏟고 있고, 나보다 잘 나서 서류전형을 통과한 H군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마음의 벽을 쌓아 버리고, 나와 같은 처지인 J군, K군 그리고 못한 처지인 L군에게는 편하게 다 이야기 하고, 이러는 내가 정말 싫다. 아마 나는 별이 바람에 스치는 걸 봐도 바람이 별의 뺨을 한 대 때린다 라고 생각하지 싶다.


집에 돌아오니 10시가 다 되었다. 부모님은 주무시고, 여동생은 방에 있다. 다행이다. 조용히 씻고, 방에 들어간다. 안방 문이 열리고, 어머니께서 나오셔서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셨다. 슬펐다. 이렇게 술을 마시고 들어왔는데 뻔히 아시면서 왜 물어보시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직접 차린 밥을 먹이고 싶은데 아침에는 도망 나가듯 냉장고 뒤져서 먹고 나가고, 점심, 저녁은 사먹으니 마음에 걸리시는 것 같다. 나도 어머니가 해 주신 밥이 먹고 싶다.


그렇지만 취업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냐는 말은 더 듣기 싫다. 죄 지은 사람처럼 변명도 못하겠다. 아니 이건 죄가 맞다. 때론 사람이 실력이 없는 게 죄가 된다. 의사가 실력이 없는데 마음씨는 좋다. 또 다른 의사는 실력은 좋은데 마음씨는 나쁘다. 과연 누가 좋은 의사일까? 내 가족이 아파서 생명이 위급하다면 나는 어느 의사를 찾아야 할까? 답은 뻔하지 않은가? 인성보다 실력이 중시되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지 않은가?


방에 들어와서 누웠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 도서관에서 H군을 안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S사 서류발표가 빨리 나고, 서류 통과하고, 그리고, 또….. 아무튼 빨리 취업해서 이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어딘가 지원해서 이렇게 많이 떨어져보긴 처음이다. 그저 남의 일처럼 생각하다가 막상 내가 졸업할 때가 되니 부딪치는 현실은 너무 막강하고, 깊은 좌절감을 준다.


언젠가  학원 영어수업을 같이 듣던 회사원 형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넌 지금 대학생 이니까 그냥 엄청나게 높은 벽을 기어오르는 느낌일 거야. 올라가고 올라가도 끝이 안 보이는데 정작 중요한 건 벽 뒤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위만 보고 올라가지. 올라가지 않으면 떨어지니까. 그런데 벽 뒤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알고 있냐? 거긴 적도 아군도 없는 전쟁터가 있어.


사실일까? 난 모른다. 벽 뒤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주위에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많지만 그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다. 아무튼 나는 지금 아주 간절하게 그 벽을 뛰어넘고 싶다. 벽 뒤의 세상이 전쟁터라도 이대로 벽을 넘지 못하고, 벽 아래에 주저앉아서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친구들이 하나 둘 벽 꼭대기에 서서 벽 너머로 뛰어내리기 전에 우리를 내려다보는 뿌듯한 표정, 너무나도 부러웠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올라온 것이 아까워서, 그리고, 내가 그 벽을 넘어서길 간절히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다. 알고 있다. 내가 패배하면 부모님도 패배자가 된다는 것을. 대한민국 부모라면 다들 자식자랑이 살아가는 큰 재미인데, 내가 변변치 않으면 부모님은 어떻게 될까? 비교하는 것은 비교 당하느니보다 행복하나니. 아 내가 대한민국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부질없는 생각이다.


다시 아침이 밝았다. 아침 7시 핸드폰 알람 소리에 깨서 어제와 똑같이 도서관 갈 준비를 한다. 4월 5일 목요일, 식목일, 날씨 약간 흐림, 지갑의 돈은 만육천삼백원, 어제 술 마신 게 후회된다. 목금토일 4일은 이 돈 가지고 버텨야 한다. 하루 사천 원이니 빠듯하다. 구내식당에서 점심 먹고, 저녁은 집에서 먹어야겠다.


도서관까지 가는 길이 오늘은 멀게만 느껴진다. 가기 싫다. 하지만 가야만 한다. 도서관에 억지로 도착해서 가방을 내려 자리를 잡은 후 옥상으로 올라갔다. 신문을 펼쳤다. 별다른 내용은 없다. 좋아하는 야구팀이 이겼다는 문구가 크게 실린 스포츠 신문에 눈이 갔으나 이내 마음을 다 잡고, XX일보, OO일보 경제, 사회, 문화 면을 빠르게 그러나 집중해서 읽었다. 자리로 돌아와보니 저 멀리 H군이 자리에 앉아있는 게 보인다. H군에게서 더 먼 곳으로 또는 아래층으로 자리를 옮길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원래 자리에 앉았다. 신경 쓰지 말자.


도서관은 자리마다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좋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현실과 똑같다. 벽을 기어올라야 하는 현실, 사람들과 점점 담을 쌓아가는 현실, 그리고 점점 혼자가 되어 가는 현실. 오늘은 어제 못다한 공부를 해야 한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나는 집중해서 공부를 하였다. 점심시간에는 구내식당에 가서 혼자 먹기 멋쩍어서 L군에게 전화를 하였다. 빨리 오라고, 같이 밥 먹자고, L군은 쇠 된 목소리로


“씻고 바로 갈게.”라고 하였다. 오늘만큼은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때였다. 입구에 J군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J군은 나랑 친하지 않다. L군의 같은 학교 같은 과 친구인데 몇 번 도서관에서 만나고, 어제 포함해서 두 번 정도 같이 술자리를 한 적이 있다. 자주 도서관에 오는 친구는 아니다. 심지어 나는 이 친구 전화번호도 모른다. J군도 내 전화번호를 모를 것인데 아마 아래층에서 공부하다가 점심 먹을 시간이니 같이 먹을 사람이 없나 하다가 내가 생각나서 이리로 온 것일 것이다.


“점심시간인데 같이 밥 먹으러 가자.” J군이 말했다.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우린 구내식당에 가서 조용히 밥을 먹었다. 둘이 공통된 이야기를 할 것이 없어서 친구 L군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는 또 침묵. 침묵을 깨기 위해 공부는 잘 되고 있는지 내가 느닷없이 물었고, 생각과 다르게 J군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눈치를 살피자 J군은 내 표정을 살짝 살피더니 이내 뭔가 결심한 듯 또는 체념한 듯 이렇게 말했다.


“난 이번 상반기 ‘H’사랑 ‘S’사 밖에 원서 안 냈다. 다른데 더 이상 내고 싶지 않다. 토익 성적 올리는 것도 어렵고, 내가 생각할 때 나는 회사원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얼마 전부터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다. 경찰 공무원도 어렵지만 그래도 내가 의경 출신이라 시험만 잘 보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딱 1년 공부해보고, 안 되면 아버지 하시는 일이나 도울란다.”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이건 패배자인가, 승리자인가? 난 벽을 기어오를 생각만 했지, 아직까지 다른 벽을 기어오를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던 걸 포기하고, J군의 전공인 재료공학과도 아무 상관이 없는 경찰이 되고 싶다라. 그래,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중요하지, 잘 되길 바란다.


또 한 명의 친구가 물론 친하지는 않았지만, 나와는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난 기계공학과 인데 같은 학년 동기가 238명이나 된다. 입학할 때는 고만고만 똑같았는데 지금은 다 제 각각이다. 그 어렵다는 공기업에 한 번에 합격한 놈, 대기업 합격한 놈, 중소기업 합격한 놈, 대학원 간 놈, 휴학한 놈, 심지어 수능 다시 봐서 약대나 의대 준비하는 놈도 있다. 아 그리고 나 같은 부류도 있다. 졸업식 때 우린 각각 비슷한 부류끼리 모여서 사진 찍고 이야기 나누고 하였다. 우리의 인생이 그것으로 결정 나는 것 같았다.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 그리고 뒤처진 사람, 도망자, 등등.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도서관 자리로 향했다. 그 때, 핸드폰이 ‘웅’하고 울렸다. L군 이겠지, 하고 번호를 봤는데 낯선 번호다. 지역 번호로 시작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스팸 전화가 아니길 바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K모씨 되시죠?” 전화 물품판매 상담원 목소리라고 하기엔 굉장히 딱딱하고 사무적인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여기 G회사이고, 저는 채용담당자 P모 대리 입니다. 지원하신 것 보고 연락 드렸습니다.” 갑자기 귀가 번쩍 트였다. 긴장한 목소리로 네, 그런데요?라고 조심이 물었다.


“저희가 크지 않은 회사이기 때문에 상시로 수시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별도로 채용공고를 내었지만 설계 인력이 많이 부족해서 기계공학 전공자가 몇 명 필요한 상황 입니다. 이번에 경력, 신입 합쳐서 X명을 채용할 예정인데 괜찮으시면 4월16일 월요일 수시채용 면접을 보러 오시겠습니까?”


오늘 들은 말 중에 가장 기쁜 소식이다. ‘네네’라고 급하게 대답하고, 몇 가지 전달사항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빠르게 G사의 정보를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었다. 생산 제품은 LED TV에 들어가는 도광판, 광학 필름 외 화공 관련된 제품이 몇 있었다. 아마 그 분야에 설계 인력이 필요한 모양이다. 사실 주의 깊게 G사가 어떤 회사인지 살펴보지 않았다. 별로 관심 있는 회사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게 뭐가 중요한가? 세상엔 나를 인정해 주고,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지 않은가? 물론 면접을 봐야 하지만. 인정 받는 게 중요하다. 보험을 들기 잘했다. 잘 됐다. 일단 면접을 보고, S사 결과를 기다려야지. S사 서류발표 난 후에 G사 면접결과가 나올 테니까 그때 가서 상황 판단하자. 방금 전까지 우울했던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꼭 취직해야겠다. 달이 외로워 보이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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