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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거북이 May 04. 2021

크리스마스 선물

 해마다 12월이 되면, 집집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기대감은 점점 부풀어 오르고, 덩달아 부모들도 조금씩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하면, 올해도 산타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 낼까? 우리 아들이 좋아할 만할 선물은 과연 무엇일까? 혹시, 산타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채지 않을까? 또는, 첫째와 둘째가 서로 선물을 비교하고는, 싸우지나 않을까? 라는 보통의 화목한 가정의 부모가 할 수 있는 각각의 고민을 하며,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할 것이다. 나 또한, 매년 우리 딸들에게 어떤 선물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어린 시절, 우리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때,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유치원에 다닐 때, 유치원 선생님이 어설프게 산타로 분장하고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선물 자루에서 선물을 하나씩 꺼내서, 선물 박스에 적힌 이름을 보고, 한 명, 한 명, 전달해 주었다. 나는 어설픈 분장 때문에, 진짜 산타인지 반신반의했고, 선물도 정말 요정들이 만들어 준 것인 것 의아했다. 왜냐하면, 친구들은 다 각자 선물을 하나씩 받았는데,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한 살 아래의 동생과 둘이서 선물 한 개를 받았기 때문이다. 불공평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선물이 반쪽인 만큼, 기쁨도 반감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졸업 때까지, 딱 한 번, 크리스마스 선물을 부모님께 받아보았다. 새벽에 인기척을 느끼고는 일어나보니 머리맡에 무엇인가가 들어있는 검정색 비닐봉지가 있었다. 너무 놀라고, 기뻐서 미처 확인도 하지 않고, 산타 선물을 받았다고, 같은 방에서 자고 있던 동생도 두들겨 깨웠다. 불을 켜고, 선물이 무엇인지 확인하였는데 기쁘긴 하지만, 무척 아쉬운 선물이었다. 성경책과 초콜릿 한 봉지였다. 내가 원한 선물은 장난감이나 보드게임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게 서운했는데, 막상 내가 부모가 되고 나니, 부모님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연말에 돈 나갈 일도 많고, 월급은 제자리걸음인데, 내년에 지출은 더 커질 것 같고, 매년 커 가는 아이들 겨울 옷도 사 입히고, 크리스마스라고, 케익도 사고, 트리나 장식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는데, 또, 아이들 선물을 살려고 하니,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비싼 선물을 바라니, 적당한 선물을 사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일년동안 말썽만 부리고, 착한 일은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진짜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면, 우리 애들은 애당초 선물 받을 자격이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금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좋아하는 캐릭터가 새겨진 겨울 이불을 선물하였다. 6살 첫째와 3살 둘째 모두, 맘에 드는 이불을 가지고, 매일 싸움을 벌이던 터라, 모두가 만족하는 선물을 하게 되어, 대단히 다행스러웠다. 코로나 때문에, 애들이 계속 어린이집에 가지 않아, 택배로 받은 이불을 아이들 눈을 피해, 집안에 가져와서 크리스마스까지 숨기는 게 어려웠다. 첫째는 산타의 존재가 좀 미심쩍은 모양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언제 오는지, 창문으로 들어오는지, 문으로 들어오는지, 눈도 안 왔는데 어떻게 썰매 타고 올 수 있는지, 여러가지 곤란한 질문들을 매일 하였다.


아무튼, 이제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사람은 없지만,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매번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 선물은 받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주는 것의 기쁨도 크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해마다 구세군 냄비에 돈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첫째아이와 함께 꼭,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직접 기부를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우리 두 아이들이 아무도 몰래 살며시 두고 가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게 기쁨을 주는,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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