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따끈한 목욕탕으로 떠나 볼까요?

[최은경의 그림책 육아] 목욕탕을 배경으로 한 그림책

by 은경

* 이 글은 웹진 베페 11월호에 실렸습니다.


< 장수탕 선녀님>
백희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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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백희나 작가 책이네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목욕탕 그림책으로 <장수탕 선녀님>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한번 들여다 볼까요? 시설 좋은 찜질방이나 스파랜드도 마다하고 엄마가 가는 곳은 아주아주 오래된 장수탕. 아이는 내키지는 않지만, 울지 않고 때를 밀면 먹을 수 있는 요구르트 때문에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나서는데요.

아이는 그곳에서 만난 ‘냉탕에서 노는 법을 정말 많이 알고 있는’ 이상한 할머니와 재밌는 시간을 보내죠.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아이가 고통(?)을 감내하고 엄마에게 쟁취한 요구르트를 이상한 할머니에게 양보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요. 요구르트를 처음 먹어보는 선녀님 얼굴이 귀여워 마지막까지 엄마 미소를 지으며 보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 지옥탕>
손지희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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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탕은 어디엔가 있을 법 한데, 지옥탕은 실제 있을까요? 어떤 아이들에게는 목욕탕이 지옥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그림책이에요. 엄마 손에 붙들려 목욕탕에 끌려간 아이는 끔찍한 지옥을 경험합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욕장,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 샴푸가 눈에 들어왔을 때의 그 말할 수 없는 고통까지.

뜨거운 탕 안에서 때를 불리라는 엄마의 주문은 특히 견디기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그보다 더한 지옥의 맛이 있었으니… 뭘까요? 하지만 견딜 수 있어요. 바나나우유를 먹는 기쁨이 따른다면. 지옥탕에서의 표정과는 전혀 달라진 아이 얼굴이 유난히 반짝이는 그림책 <지옥탕>입니다. 목욕 후 먹는 바나나우유, 이번 주말에 느껴봐야겠어요.


< 어떤 목욕탕이 좋아>
스즈키 노리타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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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지나쳤다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세상에 없는 목욕탕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책이 아닌가 싶은데요. 만날만날 똑같은 목욕탕이 지루한 아이는 어느날 특별한 목욕탕을 떠올려 봅니다. 길쭉한 목욕탕, 둥근목욕탕, 미로 목욕탕 등등. 이 정도로 제가 깜짝 놀라지는 않겠죠. 입이 딱 벌어지는 목욕탕은 계속 이어집니다.

이단철봉탕, 피라미드탕, 동굴탐험탕, 시소탕... 집안일로 피곤한 엄마에게 안성맞춤인 목욕탕도 상상해보고, 날마다 지하철로 퇴근하는 아빠에게 꼭 필요한 목욕탕, 비행기를 좋아하는 형에게는 비행기 목욕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런데 이 수십 가지의 목욕탕 가운데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목욕탕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 그런데 이 책에는 미션이 있어요. 아이와 함께 별난 목욕탕에 숨은, 뽀글머리 아저씨를 찾아보세요.


< 공룡 목욕탕>
피터 시스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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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없는 그림책이에요.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눈을 더 반짝일지 모르겠군요. 목욕하는 시간. 옷을 홀딱 벗은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장난감과 욕조에 들어가 이제 막 목욕을 하려는 그때. 이게 무슨 일이죠? 욕조 안에서 콤프소그나투스가 빼꼼히 고개를 내밉니다. 아이는 깜짝 놀라 겁을 내는 표정인데요. 그런데 웬일, 한 마리가 아니에요. 점점 더 큰 공룡들이, 점점 더 많이 차례로 다가옵니다.

공룡시대에 아이가 놓여 있는 것 같은 그림책 구성이 재밌는데요. 아이가 있는 욕조가 점점 작아져서 보이지 않을 것처럼 작아질 그 무렵, 마침 놀란 엄마가 달려 나오네요. 욕조에 물이 가득 차서 콸콸 넘치고 있었거든요. 글자 없는 그림책이라,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모르겠다면, 마지막 페이지 이 그림책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팁을 먼저 읽고 보세요. 큰 도움이 되실 거예요.


< 팔딱팔딱 목욕탕>
전준후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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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탕>이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면, 이 책은 아들과 아빠가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을 다룹니다. 전준후 작가 아버지가 실제로 목욕탕 가기를 좋아해서 주말마다 끌려다닌 경험이 있대요. 그러고 보니 <지옥탕>도 그렇고 이 그림책도 그렇고 아이들은 왜 목욕탕에 끌려가기만 할까요. 갑자기 씻기 싫어하는 두 딸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구운 계란으로 아이들을 꼬시던 제 모습도요. 여튼 얼른 이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면, 무지무지 더운 날 심심한 아빠는 준우에게 목욕탕에 가자고 합니다.

‘더운 날, 뜨거운 목욕탕이라니 아빠답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준우는 ‘재미난 생각이 떠올라’ 아빠를 따라나섭니다. 까만 봉지를 들고요. 아빠는 알았을까요? 목욕탕에서 맛보게 될 ‘뜨거운’ 맛을요? 준우가 벌인 아찔한 사고와 목욕탕 어른들이 합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돋보이는데요. 집에 가기 싫을 만큼 재밌었던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어쩌나요. 준우의 다음 타깃은 수영장. 맨 뒷표지 공포에 질린 아저씨 얼굴엔 이유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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