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의 그림책육아] 눈 내리는 날 보면 좋을 그림책 5
- 이 글은 웹진 베페 12월호에 실렸습니다.
<아기 여우의 첫겨울>
레베카 엘리엇 글 그림
태어나서 ‘처음’ 하는 경험은 강렬합니다. 잊을 수 없죠. 잊히지 않습니다. 여기 아기 여우도 그렇습니다. 한겨울 숲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신기하고 궁금한 것 투성이죠. 잠 잘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기 여우는 엄마에게 숲에서 조금만 더 놀다 자자고 조릅니다.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와 길을 나섭니다.
아기 여우는 숲에 나뭇잎이 왜 이렇게 많이 떨어졌는지, 곰은 왜 이렇게 잠만 자는지, 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지 궁금합니다.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며 아기 여우는 겨울에 대해 하나씩 알아갑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아기 여우가 “왜 이렇게 추워요?”라고 묻는 말에 엄마는 말하죠. “아기들이 엄마한테 꼭 안겨있으라고 추운 거야”라고. 추운 겨울, 마음의 온도를 ‘살짝’ 높여 줄 것만 같은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눈 오는 날>
에즈러 잭 키츠 글 그림
‘함박눈이 온다’는 예보를 들으면 제일 먼저 꺼내 놓고 볼 그림책이 아닌가 싶은데요. 무려 1963년 칼데콧상을 받은 이 그림책은 작가의 첫 작품이자 그림책에 처음으로 흑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책이라고 해요. 아이 이름은 피터. 자고 일어난 피터는 온 세상이 하얗게 된 세상을 마주합니다.
눈이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 길이 없어질 정도였지요. 밖으로 나간 피터는 눈을 밟으며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눈 옷 입은 나무를 톡톡 건드려 보았어요. 또 다음 날 가지고 놀 생각으로 눈을 뭉쳐 주머니에 넣어두기도 하죠. 피터는 하루 종일 한 신나는 모험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주고 잠이 듭니다. 여기서 끝나면 좀 심심하겠죠? 눈이 오면 놀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과 마지막 반전은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엄마 마중>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알 수 없는 표정의 아이가 정면으로 독자를 바라봅니다. 여간 해서는 그 시선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느새 책장을 넘기며 아이의 사연 속으로 들어가게 되니까요. 아이는 혼자 엄마를 기다립니다. 오는 전차마다 차장에게 “우리 엄마 안 오?” 하고 묻지만 아무도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죠.
단 한 사람만 “다칠라, 한 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하고 말합니다. 아이 코가 새빨개지도록 추운 날, 엄마는 오지 않고 흰 눈만 펄펄 내립니다. 아이는 과연 엄마를 만났을까요? 아이가 엄마를 기다린 경험이 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림책을 보며 함께 이야기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두더지의 고민>
김상근 글 그림
머리 위로 눈이 모자처럼 쌓인 줄도 모르고 고슴도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왠지 슬퍼 보이는 고슴도치 뒤를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눈이 펑펑 오는 밤, 고민에 빠진 고슴도치는 숲길을 걷습니다. 할머니가 “고민을 말하면서 눈덩이를 굴리면 고민이 다 사라질 거야”라고 했거든요.
두더지는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생각합니다. “이러다 정말 겨울 내내 친구가 없으면 어떡하지?” 불안해 합니다. 그렇게 눈덩이를 굴리는 사이, 아찔한 일이 벌어지는데요.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오히려 엄마가 감동받는 그림책입니다. 눈 오고 쌀쌀한 날, 핑계 삼아 오랜 친구에게 전화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친구도 분명 반가워 할 거예요.
<흰 눈>
공광규 시, 주리 그림
한눈에 보고 반한 ‘시 그림책’이에요. 표지 가득 담긴 벚꽃과 ‘흰 눈’이라는 제목부터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그 마음을 안다는 듯 그림책의 첫 문장은 ‘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눈은…’이라고 시작합니다. ‘그 눈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하고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는 재미가 있어요.
매화나무 가지에도 앉고, 벚나무 가지에도 앉고, 조팝나무 가지에도 앉고 그래도 다 못 앉으면 이팝나무 가지에도 앉고... 거기에도 다 못 앉으면 쥐똥나무 울타리나 산딸나무에도 앉고... 앉다가 앉다가 더 앉을 곳 없는 눈은 어디에 앉을까요? 마지막 페이지의 여운과 감동은 독자 몫으로 남겨둘게요. 흰 눈과 흰 꽃을 잘 연결한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