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엄마가 “너는 왜 만날 합바지 같은 바지를 사서 입냐?”고 물으셨다. 합바지는 솜을 넣어 지은 바지를 뜻하는데, 허리춤이 넉넉하고 품이 넓어 펑퍼짐해 보이는 특징이 있다(배기바지 스타일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듯).
그때까지는 내가 합바지 스타일만 일부러 사입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 말을 듣고 옷장에 걸린 바지를 보니 그런 스타일이 많긴 많았다. 하루키가 무슨 이유가 있어서 티셔츠 수백장을 모으고 글을 쓴 게 아닌 것처럼(2021년 4월 <무라카미 T> 출간) 나도 무슨 이유가 있어서 합바지 스타일을 구입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마음에 들어 하는 낡은 티셔츠를 펼쳐 놓은 뒤 사진을 찍고 거기에 관해 짧은 글을 쓴 것 뿐이어서 이런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하루키처럼 나도 글쓰기 편한 복장에 대한 글이 글 쓰는 사람들에게 뭐 얼마나 대단한 도움이 될까 싶지만서도 ‘그런대로 즐겨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다. 복장 중에서도 특히 바지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