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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Dec 18. 2021

세 번째 아이가 인큐베이터에 있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간 이야기

"언니 산후조리 잘하고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인가. 갑자기 산후조리라니. 잠시 멍... 얘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마땅히 대답할 말을 못 찾고 '으응?' 하고 우물거리는 사이에 쑥 들어오는 말.


"책 내고 잘 있냐는 말이에요!"


아, 그 말이구나. 출간을 산고에 비유하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그의 말을 듣자니 '그래 내가 애(책)를, 그것도 셋째(세 번째 책)를 낳긴 낳았지' 싶다. 문제는 그 아이(책)가 지금 내 손에 없다는 거다.


계획대로 였다면 출간일은 12월 13일 월요일이었고, 나는 다음 날인 14일 출판사로 가서 사인본을 작업하고 편집자들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었을 거다. 책이 나왔다고 알리고, 고마운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들에게 책을 부쳤을 거다. 지금쯤 몇몇은 책을 보고 있는 중이었을지도. 아마도 그랬을 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으로 와닿은 적이 없다. 책이 나오는 날인 13일 월요일 점심시간 직전 편집장에게 전화가 왔다. 음... 그러니까 내가 출산은 했는데 아이는 만날 수가 없다고 했다. 책은 나왔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고 했다. 나는 물었다. 왜? 왜왜? 왜왜왜? 인쇄까지 잘 되었다고 했는데... 후가공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자세히 말해줘도 나는 잘 모르는 분야니까, 그냥 문제가 생겼다 정도로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출산으로 치면,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아픈 거다. 신생아가 아프면 어떻게 되나? 당연히 인큐베이터로 간다.  그랬다(내 경우엔 다시 제작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를 인큐베이터로 보낸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하게 나오길 기다리는 게 전부다.


지난 목요일 주치의(편집장)는 말했다. 문제가 생겼지만 잘 해결되었고(출판사 쪽 과실은 아님) 곧 아이(책)도 건강하게 엄마(나) 품으로 올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그런 말은 엄마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아이가 내 품에 안겨야, 내 새끼 얼굴 내가 직접 봐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법이다. 내가 지금 그런 심정이다. 어쩌면 조금 더 답답할지도.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는 면회라도 가능하지만 책은 그럴 수도 없으니. 어쨌거나 책은 나온다,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인생이 재밌는 건 그래서 내가 '예약판매'라는 걸 하게 되었다는 거다. 13일에 책이 나오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출판사는 이미 온라인 서점에 책 등록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배송을 미루는 방식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들었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니고, 유시민도 아니며, 화제가 된 작가도 아닌데 예약판매라니. 언제 내가 예약판매를 다 해볼까 싶어서 웃음이 났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예약판매에 성공한(?) 내 주변 지인들은 소소하게 배송 밀당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책이 독자들에게 배송될 예정인 24일은 내 생일이다. 이 정도면 이 책은 나의 운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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