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제일 많이 걱정된 부분은, 내가 쓰는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로 읽힐까 하는 것이었다. '민폐가 되면 어쩌지?'
그러다가 번쩍 하고 '내 이야기로 보이게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편집기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로. 실제 함께 편집기자라는 직군으로 일하고 있지만 모두 자신들이 생각하는 일의 정의나 의미는 다른 것 같았다.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어떤 이는 자신을 '편집노동자'라 불렀고 어떤 이는 '에디터'라 불렀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언론사 편집기자, 그중에서도 온라인 편집기자, 그중에서도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그중에서도 ‘최은경’이라는 사람 1인분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내가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 일이 어떤 사람들에도 도움이 되고 쓸모가 있는 일이었는지, 이 일을 통해 내가 배운 게 뭐였는지 기록한 업무일지인 셈이다. 개인이 쓰는 업무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 두려워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막상 그동안 해 온 일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니 막막했다. 일에 대해 쓴다면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기준선을 잡기가 애매했다. 슬쩍 발 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런 나를 살살 달래 가며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내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니까, 타인의 생각을 내가 앞서 판단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읽고 쓰는 일에 대한 내 고민을 정직하게 담아보자고. 진실 되게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 보자고.
가진 능력의 한계로 완벽히 메울 수 없는 구멍이 분명 있을 거다. 오히려 그래서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하게 쓰려고 했다면 시작도 못했을 거다. '나 따위가 무슨...' 그런 마음이 불쑥 올라올 때마다 '계속 쓰다 보면 일에 대한 다음 책은 지금보다 낫겠지'라는 마음으로 도망가고 싶은 나를 달랬다.
모든 기록이 좀 더 나은 내가 되는 초석이 되지만 일에 대한 기록은 특히 그런 듯하다. 기록을 하면서 스스로를 객관화하게 되고, 내가 부족한 부분들, 더 생각했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짚고 넘어가게 되니 그렇다. 쓰면서 생각했다. 이 기록이 좀 더 나은 나를 만들 것이라고. 일을 잘하고 싶은 만큼 고민하게 되고, 고민한 만큼 쓰게 되니 쓰기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었다.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래 일하기도 어렵지 않았을까. 일해서 쓸 수 있었고 썼기 때문에 일할 수 있었다.
일에 대한 글을 쓴다고 일을 잘하게 되었을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인 것도 같고). 다만 이건 알겠다. 읽고 쓰는 일은 곧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일이었다. 특히 나란 사람은 대부분의 기쁨과 슬픔이 인간관계에서 좌우하는 일이 많았다. 인간관계에서 자유로우면 일에서도 훨훨 날아다녔고, 그렇지 못하면 다리에 쇠줄을 메달고 사는 기분이었다. 한 마디로 나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자주 괴로워하는 사람이었다. 덜 흔들리려면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나를 단단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읽고 쓰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