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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Dec 30. 2021

퇴사한 선배의 '찡한' 독후감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간 이야기

"독후감.

재밌고 찡했다."


선배가 12월 28일 오전 11시 5분에 보낸 메시지.

나도 찡했다. 아래는 선배가 정성으로 써준 글(허락을 구하고 올린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후배 최은경 기자의 책이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일했고, 비록 4년이지만(두 번 입사해서 다 따지면 5년) 나로선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이기도 항상 친정으로 여긴다. 다른 언론사와 달라서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는 내부 기자의 글 뿐 아니라 시민기자(뉴스게릴라)의 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나로선 4년도 버티기 힘들었다. 내가 무슨 실력이 있다고 다른 사람의 글을 평가하고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 있나, 자격지심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오듯 끊임없이 쏟아지는 기사를 긴장하며 읽어내는 것이었다. 정식 기사로 채택하지 못했을 때의 마음에 대해 최은경 기자는 이렇게 썼다.


일하면서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왜 내 기사를 채택하지 않았죠"라는 질문을 받는다. 정말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시민기자도 있지만 거절당했다는 속상한 마음에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는 하소연일 때도 적지 않다. 편집기자는 기사를 '채택하지 않으려고' 일하는 사람이 아닌데, 가끔 그걸 몰라줄 때 나는 속이 상한다.(50쪽)


나는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걸 견디진 못했던 것 같다. (feat. 이 부분을 읽을 땐, 나도 찡했다.) 그걸 감내하며 후배는 19년을 버텨냈고 여전히 이 일에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나로선 가까이 갈 수 없는 공력이랄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마지막 기사를 지난해 4월에 썼지만) 편집기자로 일하는 동안 쓰고 읽고 필자들과 소통한 것이 현재 내 삶의 자양이 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아직 좋아서 하는 편집>은 일상의 글쓰기를 벗어나 정제된 글쓰기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오랜 시간 편집기자로 일하며 체득한  '글쓰기 노하우'를 알뜰하게 실었다. 많은 시민기자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는 건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은유, 배지영 작가님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했다.


어쩌면 나의 글이 현재 어떤 수준인지 가장 쉽고 객관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내 생각엔 오마이뉴스 편집부가 아닐까 싶다.  만약 오마이뉴스나 다른 매체에 나의 글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거나, 어떻게 써야 기사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추천한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느낌으로 책이 나올 줄은 몰랐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책이 나오곤 "뭔가 같이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야기를 꺼냈었다. 편집기자 최은경과 시민기자인 내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면 재밌을 듯. 마음에 담아두고 있으면 기회가 오겠지.




마침 선배도 12월 24일(심지어 선배는 나랑 생일이 같다) 새 책을 출간했다.

<일기 쓰는 법>과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이 나란히 서점 매대에 누워 있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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