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간하고 2주가 되어 간다. 택배사 파업으로 책 배송이 늦어지고 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이렇게 오래 책 배송을 기다려 본 적이 없다"는 농담도.
그 와중에 나는 선배들에게 독후감(?)을 받는 즐거움을 누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글로 책을 내지 않았다면 평생 듣지도 못했을 이야기. 나에겐 한 글자, 한 문장이 더없이 귀했다. 이렇게 글로 남겨두는 이유다. 잊고 싶지 않아서.
사실 책을 냈다고 밝히기 가장 쑥스러운 분들이기도 했는데... 나의 걱정과 우려와 달리 어떤 점에서 좋았는지 콕 집어 주는 말들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정성 어린 피드백을 듣게 되어 좋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발견해주는 것 같아 반갑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 만든다. 좋은 피드백은 이렇게 또 성장을 돕는구나 싶다. 나도 좋은 피드백을 잘하고 싶다.
함께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후배들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아직은 없다. 선배들과 달리, 선배(=나)의 책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라 짐작만 해본다.
2022년 첫 독후감은 경제지 편집기자 출신 선배가 보내주셨다. 편집기자를 그만두고 한때 오마이뉴스에 취재기자로 적을 두기도 했던... 일로 만난 사이였는데 알고 보니 우리 동네(!) 사람이라 얼마나 놀랐던지(세상 정말 좁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도 치열하게 자기 일을 만들어 내는 사람. 가끔씩 만날 때마다 선배가 들려주는 세상 밖 이야기가 좋았다. '편집'이라는 우물 안 세상에서 선배가 고민하고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와 아이 키우는 이야기가 내 삶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아래는 선배에게 허락을 구하고 올리는 독후감 내용.
19년 차 찐 편집기자 후배의 세 번째 책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새해 첫날 후딱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을 세 가지로 요약해보면,
1.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제도는(Yeonho Oh 오연호 대표 표현처럼) 허핑턴포스트를 앞서간 탁월한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점. 은유, 배지영 작가가 시민기자였다니...
2. 시민기자들의 글을 기사로 만들어내는 오마이뉴스의 편집기자들이야말로 여느 레거시 미디어에 종사하는 편집기자보다 역량 있는 '찐 편집기자'라는 점.
3. 낚시성 제목을 뽑아 100만 클릭을 쏟아내며 한때 '제목의 여왕'이라 불리는 것을 자랑스레 여기며 트래픽을 일으키는데만 매몰됐던 나의 편집 경력이 정말이지 부끄러운 하수의 편집이었다는 반성(그런 이유로 세월호 이후 편집 일을 그만뒀다).
무엇보다 '편집'을 오래 해온 '기자'의 책답게 글을 잘 썼다. 쉽게 잘 읽힌다. 수습기자들에게는 교본이 될 만한 노하우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언제나 밝고 똑 부러지지만 마음이 따뜻한 후배 최은경 다움이 물씬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