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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Oct 19. 2023

홈쇼핑에서 배워야 할 제목의 기술

[제목 레시피] 내용 없이 자극만을 추구하는 것은 금물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멍 때리는 시간에 종종 홈쇼핑 채널을 본다. 일을 끝내고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휴식하는 시간에, 열일하는 쇼핑호스트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정신 사나운 소음에 가까운 화면을 멍하니 바라본다.

과일이 잘 갈리고, 머리 손질이 쉽고, 보관이 쉬운 제품도 참 많네. 지금 안 먹으면 후회할 먹거리들은 또 왜 이렇게 많아. 저렇게 많은 양을 한번에 사면 보관은 어떻게 하지? '단 한 번, 오늘 방송에서만' 할인한다고? 거짓말... 엊그저께 했던 거구만. 저건 100% 조명발이네 조명발. 쇼핑호스트, 연예인들의 말을 들으면서 혼잣말을 한다.


안타깝게도 홈쇼핑을 보면서 물건을 사는 일은 극히 적다. 다만 감탄한다. 말 진짜 잘해. 사람 홀리는 재주가 많아. 이러니까 사람들이 사지. 안 사고 배기겠나.


"방송이 끝나면 이 모든 혜택은 없습니다! 여러분! 곧 매진됩니다. 브라운 컬러 고민인 고객님들, 서두르셔야겠어요, 마감 임박입니다, 지난번 방송에서 전부 매진, 전회 매진, 시간 많지 않습니다. 2분 남았나요? 서두르세요. 다음 방송 없습니다. 준비한 수량, 곧 끝납니다, 미룰수록 남는 건 후회뿐, 지금이 가장 쌉니다..."


빨라지는 말의 속도만큼 내 심장도 같이 뛰는 것 같다. 쇼핑호스트들의 말만으로는 매진에 닿기가 2% 부족한지 긴박한 효과음도 빵빵 등장한다. 마감 시간도 깜빡깜빡, 시곗바늘도 재깍재깍이다.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날리기라도 할 것처럼. 한 골이라도 더 넣기 위해 밀도 있게 압박 수비 들어가는 축구선수들처럼.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표현인데... 내가 제목으로 쓴 문장들과 비슷하잖아!




독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2024년 8월 <이런 제목 어때요?>를 출간했습니다. 

이하 내용은 출간된 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aladin.kr/p/Oq6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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