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이 '싱크홀'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제목에서 다 알려주고 시작하니까 흥미가 떨어지는 것 같아. 언제 싱크홀이 발생할지 그것만 생각하게 되잖아."
'뭐지? 이 사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편집기자를 아내로 두고 산 세월이 19년(당시 기준)도 넘어서 그런가? 제목에 대한 원칙 중 하나를 짚고 있잖아?'
남편이 달리 보였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좀 멋져 보였다. 물론 남편이 이런 내 속마음을 알 리는 없겠지만... 독자에게 '끌리는' 제목을 뽑으려고 할 때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거다. 제목에서 '이런 내용의 글'이라고 다 알려주면 독자가 읽지도 않고 지나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평생 외면했던 가지가 좋아졌다.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그렇게 다 알려주면 독자는 그냥 가버릴지도 모른다. "그 글 봤어?" 누가 묻기라도 하면 "응 제목만. 내용은 안 봐도 알겠더라"라며 글 쓴 사람 기운을 쏙 빼놓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