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레시피] 시적인 문장
시집을 읽어야겠다고 벼른 적이 있다. 갑자기 웬 시? 문학적 관심 때문은 아니었다. 필요에 의해서였다. 솔직히 말하면 제목을 잘 뽑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
마음에 남는 시인의 한 줄이 꽤나 멋져 보였다. 짧고 압축적인 문장, 곰곰이 숨은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시 한 줄이 어찌나 있어 보이던지. 그런 폼 나는 제목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시집에 관심이 갔다. 시적인 제목에 대한 로망 때문에. 얄팍한 마음이었음을 고백한다. 시인도 아니고, 시인을 꿈꾸지도 않으면서, 시인의 문장을 흉내내려 하다니.
시 문장 흉내내기
일일이 나열하긴 어렵지만 한때 유명 시를 패러디해서 짓는 제목들도 꽤 있었다.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대표적. 얼마 전 물리학자 김상욱씨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이라는 책도 냈더라. 보자마자 윤동주 시인의 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제목이 연상되는 게 나뿐만은 아닐 터.
잘 알려진 시이거나 화제가 된 시 등이 그 대상이 되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경향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책도, 시도 읽지 않는 시대라서 그런가. 시집 몇 권 읽는다고 시인처럼 쓸 수는 없었지만 시적인 제목을 뽑는 재미는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간 어떤 시를 제목에 써먹었을까. 찾아보니 이런 것들이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