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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Nov 24. 2023

제목을 바꾼 순간 터져나온 탄성

[제목 레시피] 제목을 고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일하다가 우연히 포착하게 된 장면 하나. '응? 이 글은 제목을 고치지 않았네. 왜지? 더 나은 제목이 없었나?' 그러면서 나는 언제 제목을 고치고, 언제 고치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이 질문에 순간적으로 파파박 떠오른 대답은 다섯 가지 정도로 압축되었다. ▲ 딱히 고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 ▲ 더 나은 대안이 없을 때 ▲ 제목에 담긴 글쓴이의 의도를 존중해 주고 싶을 때(자의) ▲ 고치는 게 자신 없을 때 ▲ 글쓴이가 절대 고치지 말라고 했을 때(타의).


나는 발견하지 못한 장면     


누군가는 제목을 뚝딱 뽑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목을 짓는 일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경우가 많다. 편집은 기계가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편집하는 사람마다 판단이나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그래도 회사마다 기준에 따른 평균치는 존재한다). 원래 제목보다 더 나은, 읽힐 만한 포인트를 나는 찾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은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편집은, 그중에서 제목을 뽑는 일은 참 생동감 넘치는 일이다. 그 차이를 느꼈을 때 나는 아무도 모르게 호들갑을 떤다. '아... (이 사람은) 여기에 방점을 두고 뽑았구나. 나는 왜 이 생각을 못했지?' 나는 놓쳤지만 다른 사람들은 잡아낸 문장을 즐거운 마음으로 음미한다.


'내가 주말마다 케이크를 굽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보자. 맛있는 빵을 계속 사 먹을 수 없어서 홈베이킹에 도전했다는 이야기. 그 즐거움과 설렘에 대한 글이었다. 술술 읽히는 문장에 의미도 있어서 많은 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처음 제목을 대체할 한 줄 문장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글이 좋으면 제목도 잘 나온다'라고 쓴 바 있지만 예외는 있는 법. '홈베이킹을 하다가 알게 된 것', '가성비보다 가심비' 등등의 아이디어보다 글쓴이가 써서 보낸 처음 제목 '내가 주말마다 케이크를 굽는 이유'가 더 적절해 보였다.


그런데 최종 데스크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무난하지만 밋밋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제목이다. 나중에 선배가 바꾼 제목은 '케이크를 거꾸로 뒤집는 순간 터져나온 탄성'이었다. 바로 아래 대목에서 나온 문장이다. 함께 보자.




독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2024년 8월 <이런 제목 어때요?>를 출간했습니다. 

이하 내용은 출간된 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aladin.kr/p/Oq6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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