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쓴 원고 4편을 추가로 보내고 편집자님과 만나 계약서를 쓰면서 목차에 대한 이야기도 60초 정도 했다.
나 : 목차를, 2부로... 제목의 OO과 OO 정도로 나누면 어떨까요?
편집자 : 저는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목차를 정리해서 주실래요?
나 : 제가 목차를요? 그걸 제가 하나요?
편집자 : 저자님이 생각하는 바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나 : 아, 이해했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책 작업이라 까먹었다. 목차 작업도 필요하다는 것을. 사실 미리 좀 하다가 말았다. 책의 콘셉트가 어떻게 정해질지 몰라서. 바뀔 수도 있지만, 안 바뀔 수도 있으니까. 일단 2부로 나누자는 데는 합의가 됐으니 짜보자.
제일 먼저 목차를 프린트했다. 그리고 칼로 죽죽 그어 잘랐다. 나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한글파일에서 오려두기, 붙이기로 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뭔가 이런 쓸데없이 보이는 일이 당길 때가 있다. 물론 하다 보면 전혀 쓸데없는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도 깔아보고 저렇게도 깔아보고. 당연히 최종본 아닙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나름대로 첫 글과 중간, 마무리 글을 정해본다(당연히 편집자님이 바꿀 수 있다). 글을 한 번씩 읽어나가면서 더 좋은 흐름에 맞게 순서를 조정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미래의 컴퓨터 화면처럼 손으로 휙휙 저으면 화면이 바뀌고 순서도 바뀌는 시스템이 있다면 좋으련만. 없어서 이렇게라도 해본다는 핑계가 아니고 솔직히 재밌다. 이렇게 하면 더 좋겠네. 이렇게 하면 흐름이 더 자연스러워. 오호, 좋은데?
독자의 동선을 고려해서, 글의 흐름이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최종본 아닙니다.
앞뒤 좌우 순서를 바꾸면서 독자들이 좀 더 이 글을, 이 책을 효율적으로 읽기 위한 동선을 고려한다. 다른 작가나 편집자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고 나는 편집자가 아니라서 배운 적도 없는 일이라서 내가 좋은 대로 그냥 해보는 거다. 어차피 편집자님이 별로라고 하면 다시 짜면 되는 거니까. 고칠 기회는 아직 있다.
목차 순서를 미리 배열해 보면서 글의 제목을 좀 더 압축적으로 정리해서 바꿔도 봤다. 바꾼 목차들은 원고에 다 새로 반영해 두었다. '제목의 이해', 혹은 '제목의 레시피'로 선보였던 제목은 바뀔 가능성이 99%라, 마음속에염두에 두고 있는 다른 제목 후보들도 파일에 넣어뒀다. 제목에 대한 책이라, 제목 압박이 너무 심하시다는 편집자님의 엄살 아닌 엄살. 하긴 나라도 그렇겠다.
1년을 넘게 쓴 글인데 A4두 장으로 정리되는 기분도 참 묘하네.
완성본을 스테이플러로 박아두니 목차가 책처럼 만들어졌다. 이런 재미가 있다니까.
이제 오늘 밤, 메일을 보내면 내가 준비할 원고는 끝났다. '온전한 원고 작성'이라는 저자의 일 1차 완료. 아직 프롤로그가 남아있긴 하다. 그건 두 달 후의 나에게 맡기는 걸로.
다음은 편집자의 몫. 아마도 6월 초(?) 혹은 중순 혹은 말(?)까지 편집자의 일이 끝나면 바통은 다시 나에게 넘어온다.
1교, 2교, 3교까지 본 기억인데, 이번 원고는 몇 교까지 보게 될까. 토 나올 때까지 본다고 토고라고도 하는 이 시간이... 사실 나는기대된다. 설레요. 바라건대여름휴가때 도서관에 처박혀 몰아서 하면 딱 좋겠다.
포털에 보면 [출간 전 연재]라는 걸 노출해 주면서 미리부터 책을 홍보해 주던데, 나는 그런 걸 요청받는 유명 작가는 아닌지라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이렇게라도 써본다.
예상컨대 9월까지 매거진 [신간이 나올 때까지]를부정기적으로 올려볼게요. 책 내실 분들도, 다음 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