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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노타이틀

첫물 복숭아

by 은경

지난주에


엄마 밭에 가서

털어왔어요...


상추

고추

바질

오이


잔뜩 따고.


가지는 아직

토마토도 아직


때가 아니래요.


막 가려는데


"복숭아 나무 좀 보고 가."


복숭아가 있었어?


정말 있어요!

색깔이... 아니 때깔이... 너무 예뻐.


" 아직 안 익었는데... 이건 따가서 후숙해서 먹어도 되겠다"며 4개를 따시는 엄마. 다다네 가족 1개씩은 먹을 수 있겠다고. ^^


2주 후엔 더 많이 익을 거라고

오라는데... 또 갈 수 있을까.


이제 막 가려는데 엄마가


"감자도 캐 가."


응? 감자? 엄마 밭 감자 맛있는데...

근데 어딨어? 감자???


이 밭이 아니라네?

엄마 친구 밭에 심은 감자 캐러 고고.


감자 옆에 땅콩
감자는 예쁘다.

옹심이 같은 감자 몇 알에

행복하다. 전생에 농부였나.


벌레 출몰에 기겁하는 중1 딸 덕에

수확하는 재미를 충분히 즐기지 못한 건 아쉽.


그래 놓고

감자전 해달라는 아이.


그래. 해주지. 그까이꺼.


겉바속촉 감자전 완성.


팬케이크를 닮은 감자전.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잖아.


첫물.

그 해 맨 처음 나는 것.

그래서 소중한 것.

그래서 아끼고 싶은 것.

그런 것이 결국 내 차지가 되네.


농사는

어미가 짓고

첫물은

자식이 먹네요.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 첫물을 먹이고.


아마도

첫물은 내리사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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