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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Jul 23. 2024

비오는 날은 하이볼이라고 해서요

[신간이 나올 때까지] 내 손을 떠나 인쇄소로 간 원고

이제 뭘 더 할 수 없다.

원고는 내 손을 완전히 떠났다.

글자 하나, 띄어쓰기조차 이제는 바꿀 수 없다.  

편집자 손으로 완전히 넘어간 원고는 지금 어느 인쇄소에 가 있을까.


시원함과 섭섭함과 아쉬움과

한편으로는 기대감 그리고 또 다른 공허함이 공존하는 저녁이다.

그럴 땐 한 잔이 필요하지.

비오는 날은 하이볼이라니 파전은 없지만 주종은 너로 정해졌다.


https://omn.kr/29gvy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이제 온전히 내 시간.

이제 중1 둘째도 문을 닫고 들어가 있기 시작했다.

집에 셋이나 있는데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 ^^;


얼마전 뜯은 듀어스15년에 레몬즙, 토닉워터면

뭐 웬만한 바 정도는 흉내 낼 수 있다. 편이 오기 전에 미리 시작한 게 조금 걸렸는데... 마침 일찍 오신다네. 빨리 말하지 그랬어. ^^


오랜만에 둘이 둘러앉아 한 잔 하겠네.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모여들겠지.


내가 이러고 있다는 건 몸이 괜찮아졌다는 신호.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쫄보라 계속 부작용을 안고 살아야 하는 건가, 아득했는데...

감사한 저녁이다.


얼마전에 어느 카페에서 헌책을 찢어 커피 받침으로 쓴다는 알림을 봤다. 책의 문장이 그렇게라도 인연이 닿는 것도 의미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만약 내 책이 그렇게 뜯겨나가 커피 받침으로 쓰인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게 보이려나, 나는 잘 모르겠다. 대인배가 아닌 나는 너무 속상할 것 같다.  


언젠가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매입이 되는 책은 자리에서 파기한다고 해서, 그냥 가져온 적도 있었는데... 도저히 내 눈 앞에서 책들이 찢어짐을 당하는 건 못 보겠더라. 그게 내 책이 아니어도 그런데... 내 책이라면.


이런 내 마음과 달리 책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파쇄한다. 그게 책의 숙명이다. 현실이 그렇다. 그걸 안다한들 마음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게 생각나서...

오늘의 하이볼을 교정 볼 때 프린트 했던 목차 교정지 위에 얹어 보았다. 모순적인 행동이라니... ^^;;;

1차 교정용 목차

목차를 보면...

눈으로 보고, 소리 내어 읽으며 한 줄이라도 읽기 쉽게 만들려 애쓰던 시간들이 보인다. 미션 클리어 하는 기분으로 완독 한 번, 완독 두 번, 완독 세 번... 체크 체크 또 체크.


막판에 빼고 싶거나 넣고 싶은 건 왜 생기는 건지...

이게 다 편집자, 디자이너에게는 또 일인데... 래도 조금이라도 아쉬움을 줄이는 게 좋으니까...

2차 교정용 목차

안주 없는 하이볼 한 잔에

4번째 책 내느라 애썼다, 조용히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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