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목 어때요?>는 네 번째 책이다. 지난 7월 출판사에서는 저자용으로 스무 권의 책을 집으로 보내줬다. 언론사 홍보용으로는 30권 정도를 보냈다고 한다. 책을 보낸 언론사에서 기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편집자님 말로는, 언론사 기자가 낸 책은 타사 언론사 기자들이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게 국룰이란다(물론 안 그런 책도 있겠습니다만). 왜 그렇지? 이해하기 힘든 관습이다. '책을 봤는데 별로라서'라면 할 말은 없지만.
책이 나오면 나도 일부 증정을 했다.
<짬짬이 육아> 첫 번째 책이 나올 때는 신기하고, 좋고, 신나서.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두 번째 책이 나올 때는 성교육 책이니 만큼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에게.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세 번째 책이 나올 때는 내가 회사 직원들에게 할 수 있는 거의 처음, 마지막 선물인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주변에 많이 돌렸다. 출판사에 받은 책보다 내가 사서 선물한 책도 여러 권이었다. 나와 함께 오래 일한 동료들에게만큼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저 좋은 마음뿐이었다. 자랑이 아니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했다.
그렇다면 네 번째 책은?
이제 증정할 때는 지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큰 성취라고 생각하지만 책이 나왔다고 알리는 일도 참 점점 쑥스럽고. 동시에 내 지인이라고 해서 필요도 없는데 내 책을 계속 살 이유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든 당연한 건 없으니까. 그래서 증정을 과감히 줄였다.
작가로서의 나를 응원해주고 싶으면 사는 거고(이건 확실히 응원이 된다. 팔려야 작가도 힘을 내서 다음 책을 이어갈 용기를 낼 수 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다고 판단하면 사는 거다. 오로지 개인의 판단에 맡기기로.
책을 내면서 그 이상을 바라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며 살 텐데 증정에 대한 고민을 이쯤에서 이렇게 정리해 두는 것도 작가에겐 필요한 일인 듯하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 독자에게 쓸모있는 책을 내는 것.
금이에게. 글 쓰는 나를 항상 응원해주는 금이. 쓰고 싶은 새로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청첩장을 보내는 마음으로 ㅎㅎ 꼭 보내야 할 사람들, 몇 권의 책에 사인을 했다. 잘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뽁뽁이로 책을 한번 감싸고 택배봉투에 넣어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냈다.
엄마에게는 직접 드렸다.
아래는 택배로 보냈다.
제목에 대한 글을 쓰는 동안 함께 일했던 두 명의 후배. 내가 보낸 제목을 늘 함께 고민해 주는 편집국장 선배.책에 나오는 선배 K와 기사 편집을 맡아준 조 선배.몇 년째 육아칼럼을 쓸 수 있게 기회를 준 소 선배. 인터뷰를 흔쾌히 해준 후배 홍현진.나를 언제나 한결같이 응원해 주는 언니들. 몇 년째 나의 글쓰기를 응원해 주는 옹님.
그리고 이 작업의 시작이었고 끝을 함께 하고 싶은 선배고경태 기자에게는 얼굴을 보고 직접 전해드릴 계획이다. 약속 잡았지요.
몸이 좀 나아졌을 때 오마이걸(?) 분들과 서산에서 만나 축하 파티를 했다. 감사한 인연. 대구 앞산 리을커피 케이크. 기억해두겠다. 마시쩌.
이게 끝이다. 출간을 축하한다며 도서 구입 인증샷과 함께 연락해 온 사람과는 부러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몸이 아파서 이걸 많이 못했다. 서두르지 않되 잊지 않을 거다.
그러다 며칠 전, 나와 입사한 해(2003년)가 같은 선배가 행사 치르느라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기에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내용이 인상적이라 기록해 둔다.
"나 책 나왔는데, 아파서 홍보도 하나도 못했잖아. 두 달 동안 그저 보기만. ㅎㅎㅎ 딱 일 하는 정도만 가능하더라고. 그 이후에 뭘 하려면 아픔."
"어이쿠...."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함. 일하라는 팔자인 건지. 그래도 너무 감사했어. 일도 못할 만큼 아팠으면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
"인간의 몸이 말이야. 엄청 많은 조직으로 이뤄져 있잖아. 이 모든 조직이 탈없이 잘 맞아 돌아가는, 다시 말해 건강한 상태인 것은 그 자체가 기적이 아닌가 싶어."
"정말 선배 말씀이 너무 옳아요. 내 몸은 의사도 모르고 나만 알아. 그러니까 내가 잘 돌봐야 할 것 같아요."
"맞아. 내가 이 세상에서 내 몸을 제일 잘 알지."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투병하시는 다른 선배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치료가 더뎌 답답하다, 병이 더 악화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는. 그러면서 선배가 말을 이었다.
"나도 저 마음 알지. 나도 녹내장 악화되는 속도가 느려지기만 바라니까. 아프면 완쾌를 바라지 않고 추가 악화만 안 됐으면 바라게 되더라고..."
"정신을 잘 챙기면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무너지지 않게."
"욕치신 선치심이라는 말이 있더라고. 몸을 고치고 싶으면 우선 마음을 고쳐라."
"와, 명문이다. 선배랑 정기적으로 토크 타임을 가져야겠어. 마음이 정화된다. ㅎㅎ 정수기 선배님."
"역시, 제목을 잘 뽑는 사람이라 저런 비유가 술술 나오는구먼 ㅋㅋ"
"ㅎㅎㅎ 제목 이야기 하니까 생각나네, 선배 내 책 봤어?"
"ㅎㅎㅎ. 미안. 아직 못 봤어 ㅋ"
"언제 볼 거야?"
"쑨!"
"선배 이번 책은 거의 증정이 없어요. ㅎㅎㅎ 증정은 세 번째 책 나올 때 다 한 듯. ㅎㅎ 그때 원 없이 증정했음. ㅎㅎ 네 번째 책은 좀 팔아보려고. ㅎㅎㅎ 보면 봤다고 말해주기. 질문할 게 있거든."
"잘했어. 책은 사보는 거지!"
"네 번째도 책 팔기는 어렵다."
"맞아. 이제 증정하는 문화도 사라져야 해. 직접 사봐야지."
함께 일한 세월이 22년. 어쩌면 서운할 법도 한데 이해해 주는 선배의 말에서 또 한 번 움츠린 어깨를 펴본다.
요즘 책 사는 사람은 없다지만 살 사람은 산다. 지난 토요일부터 나는 2013년에 한길사에서 나온 <장자>를 소리 내어 읽는다. 나도 내가 이 책을 이렇게 다시 읽게 될 줄 몰랐다. 사 둔 책은 어떻게든 읽는다. 책장에 있는 책은 원래 그런 거다. 언젠가 읽을 책들. <이런 제목 어때요?>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