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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Oct 09. 2024

토요일 오전 10시 반의 북토크라니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 김현진 작가와의 만남

10월 5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북토크에 가기 위해서.


쏴리. 내 책 북토크는 아니다. >. <

나는 김현진 기자님이라고 부르는,

춤추는바람님의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 북토크.


https://brunch.co.kr/@coucou486

https://brunch.co.kr/@coucou486/320


장소가 집에서 멀다. 1시간 반이 넘는 거리. 왕복 3시간. 신당동에 있는 어울림도서관이다. 나는 두 번째 방문이다. 그때도 춤추는바람님 때문에 가게 되었다. 글 쓰는 동아리 '글친구들' 만나러, 아니 그룹 'xmz여자들' 만나러.  


https://omn.kr/group/XMZ2023


편집기자로 일하는 나는 '그룹'이라는 걸 조직한다. 그룹이 뭔가? 취향이 비슷한 시민기자들이 함께 쓰는 모임이다. 본인들이 직접 묶기도 하고 내가 나서 묶어주기도 한다. 현진 기자님 그룹은 내가 묶은 케이스다. 그와는 이미 번의 북클럽을 같이 했다.


https://omn.kr/group/bookclub 

https://omn.kr/group/bookclub_03


현진 기자님이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함께 들은 멤버들과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기에 내가 제안했다.


"그분들과 함께 시민기자 활동을 해보면 어때요? 초기 세팅은 제가 해드릴게요."


세팅이라는 게 다른 게 없다. 줌으로 첫 회의를 진행하고, 기획 아이템을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듣는다. 주제가 정해지면 마감 날짜를 정한다. 30분 남짓한 회의가 끝나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마감을 지킨다. 정해진 다음 기획회의 날짜가 되면 다시 온라인으로 모인다. 그걸 3개월 혹은 6개월 혹은 1년을 반복하는 거다. 나는 한 가지만 당부했다. 비교하지 말기. 기사는 등급에 따라 배치가 되기에,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자책이나 비교, 시기, 질투 같은 건 애초에 버리라고. 그러면 재밌게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기획과 글쓰기, 마감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면 나는 그룹 시민기자들을 '졸업'시킨다. 최근 한 그룹도 그랬다. 그건 더 이상 내가 서포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독립해도 된다는 뜻이다. 혼자서도 잘한다는 말이다. 그럼 나는 또 다른 그룹을 기획하고 인큐베이팅한다. 그 일련의 과정이 나는 재밌다. 그래서 시키지 않아도(사실 시키는 사람도 없지만) 스스로 사람을 찾아 헤맨다. 어떤 조합으로 묶으면 재밌는 그룹이 만들어질까, 기대하면서.


'XMZ여자들'(20대 2명, 30대 2명, 40대 2명이라 붙여진 이름) 중에 시민기자는 현진 기자님 뿐이었다. 내가 제안한 것을 그냥 하는 소리로 흘려듣지 않고 글쓰기 친구들에게 공유했고 도전하기로 했다는 응답이 왔다. 사는이야기로 또 새로운 읽을거리들을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현진 기자님은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에서 이렇게 썼다.


'글친구들'과의 모임이 2주년을 향해 간다. 멤버들 모두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데뷔했고, 최은경 편집기자를 초대해 수업을 했다. 도서관 지원금으로 오지윤 작가와 김연덕 시인을 초청해 만났다. 글은 혼자 써야 하지만 결코 혼자서는 쓸 수 없다. 어딘가 내 글을 읽어 줄 단 한 사람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그를 찾아 글은 나아간다. 함께이지 않은 순간에도 나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글을 쓴다. 글은 나에서 시작되지만, 우리를 향해 열린다.'


가장 안 써셔져서 몇 번을 고쳤다는 마지막 글의 마지막 문단의 내용. '글은 나에서 시작되지만, 우리를 향해 열린다'는 문장을 몇십 번 곱씹어 본다. 우리를 향해 열린 글, 결국 책을 펼친 나를 향해 열린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에 담긴 스무 꼭지의 글을 읽으면서 자주 옛날 생각이 들었다.


육아 때문에 나를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어렵게 낸다 한들 죄책감이 들었던, 그 시절의 내가 생생히 소환되었다. 그 시절의 나를 가장 많이 위로한 행위가 바로 쓰기였는데 그 마음을 복붙 하듯 현진 기자님만의 문장으로 쓰인 글을 읽으며, 직장에서 성장하는 후배들을 보듯 선배 엄마로서 후배 엄마의 성장을 보는 것 같았다. 아이가 청소년으로 자랐을 때, 이 엄마는 또 어떤 마음으로, 태도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도 궁금해졌다. 더불어 그의 글이 또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했음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나는 절대 쓰지 못할 것 같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어떻게 쓰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브러 만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글이 아니라 삶이 먼저라는 것. 그런 삶을 살고 있기에 이런 글이 나오는 거였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 역시 이것이 나의 삶이라서 가능한 것이겠고.


이 사실을 깨닫고 난 뒤로는 글 잘 쓰는 사람, 아니 나와 다른 글을 쓰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작아졌다. 부러워하는 마음이 커진다고, 동경하는 마음이 자란다고 해서 내가 그들의 삶을 살 수는 없는 거니까. 나는 나대로의 길을 갈 밖에. 나의 삶을 잘 돌 보려고 애쓰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언제나 마주할 뿐이다. 


제목 보자마자 잘 지었다 생각했다. 현진 기자님 브런치 매거진 이름이었다고. 


북토크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책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길었다. 제목에도 썼지만, 이날의 북토크는 퐁당퐁당 연휴가 있는 10월의 첫 주 토요일 오전 10시 반에 시작해서 1시가 넘어 끝났다. 아무리 도서관 일정에 맞췄다고 해도... 이런 대범한 자신감이라니. 이렇게 일찍 시작하는 북토크도, 길게 하는 북토크도, 편집자가 세심하게 준비한 프로그램이 있는 북토크도 나는 처음이었다(북토크에 그렇게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 더구나 이웃과 글쓰기 친구들이 함께 하는 북토크 형식도 새로웠다.


책을 읽지 않고 참여한 독자라고 수줍게 밝히면서도 누구보다 진지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독자분이 인상적이었다(북토크의 분위기는 독자의 질문이 큰 역할을 한다). 북토크때마다 온다는 전 직장 동료이자 같이 책 읽고 글쓰는 친구분의 말씀도 인상적이었다(내 촉으로는 그분도 글을 쓰면 잘 쓸 것 같았는데 말이지). 글쓰기 친구들이 본인의 글 일부를 읽고 낭독하는 순서도 흥미로웠다. 낭독할 때 배경음악 깔아주는 편집자님의 섬세함에 두손두발 다 들었다는 건 안 비밀.


이러니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참여형식의 북토크라 그랬나... 길어졌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복토크를 놓친 독자들을 위해 글쓰기와 관련한 이야기 몇 가지만 정리해볼까 한다.


-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는 뭘까요?

나에서 끝나지 않는 글. 독자에게 뭔가를 건네는 글이 에세이 같아요. 건네는 게 뭐냐면 감정이나 정보, 새로운 사유 같은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힘을 빼고 글을 쓰라는 건 뭘까요?

잘 쓰려고 하지 않는 거 아닐까요? 안의 작은 목소리를 듣는 거요. 소리가 작을수록 보편성을 얻게 되는 같아요.


- 글쓰기 모임이 잘 유지되는 비결이 있다면?

평가하지 않아요. 좋은 문장을 함께 읽고 격려해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해요. 사실 내 글에서 부족한 건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아는 것 같아요(웃음).


>> 글쓰기 친구들 가운데 인상적인 발언

A: "글쓰기 모임 끝나고 가는 기분이... 목욕탕에서 세신사에게 때를 밀고 난 후의 기분이에요. 상쾌하고 가볍고..."

B: "글 쓰고 나서 주변에서 제가 좀 밝아졌대요."


>> 참석한 전 직장 동료이자 친구 발언 중에

"글을 쓰면서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일상의 일들을 기록하며 쓴 글을 보면, 쓴 대로 그런 삶을 닮아간다고 해야 하나. 친구로서 지켜보면 자신의 글처럼 자신을 만들어가는 거 같다. // 정확한 워딩은 아닐 수 있지만 이 대목을 그대로 받아치면 좋은 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했는데... 내 촉으로는 이분도 글을 쓰시면 좋을 것 같다.

아름다웠던 카페. 어울림도서관 바로 옆에 있어요.


찐한 북토크를 마치고 남은 사람들끼리 식사를 같이 했다. 집은 멀고 너무 배고파서 그냥 올 수 없었다고요. ㅎㅎㅎ 처음부터 그냥 올 생각은 없었지만. 식사 후 또 남은 사람들과 음료를 마셨고요(나는 미숫가루가 웬 말이야). 라테 없이 못 사는 사람인데 한 달째 노카페인의 삶을 살고 있어요.... 왜? 그 이야긴 다음에).


이렇게 긴 북토크 이야기를 마칩니다. 두서가 없는데 꼭 기록해 두고 싶었어요. 이제 정말 엉덩이 떼야해요. 내 건강 지켜야.... 하지만 정말 끝으로 현진 기자님은 꾸준히 쓰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하시면서 세상 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용기를 내서 쓰는 삶을 당부했어요.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이 궁금하다면?


http://aladin.kr/p/5qUxN


글은 쓰지만 제목은 어렵다면?


http://aladin.kr/p/Oq6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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