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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Oct 12. 2024

세 명 중 두 명이 작가 된 글쓰기 모임

[함께 읽는 서평] <습관의 말들> 작가가 본 <이런 제목 어때요?>

퇴고를 위해 브런치북 '꾸준하게 쓰는 법' 내용을 덜어냈다. 20개의 글마다 모두 마지막에 - 곧 출간으로 찾아뵙겠습니다(2024년 10월 12일)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계약이 되어서가 아니다. 이러면 뭔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되게 해 주세요... 주문을 거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


그러다가 내가 한때 참여한 글쓰기 모임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다.


https://brunch.co.kr/@dadane/309


경기도에 사는 내가 대구에 사는 사람 둘과 글쓰기 모임을 하게 된 사연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들은 바로 그림책방 hago 이수영 대표와 <습관의 말들>(출간한 지 4년이나 지났는데 세일즈포인트가 여전히 높다..... 스테디셀러) 저자 김은경 작가다.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하다. 나와 이름이 같아서 우리는 서로를 "은경 기자님"이라고 부른다. ㅎㅎㅎ


http://aladin.kr/p/pWEkO


지난 9월 초. 대구에서 모임이 있었다. 진주에 사는 조경국 선배(<필사의 기초>, <일기 쓰는 법> 저자)와 김은경 기자님은 또 잘 아는 사이라서 최근 출간한 사람들과 조촐하게 밥 한 번 먹자고 해서 대구에 다녀왔다(최근에 두 분이 책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조경국 쓰고, 김은경 편집... 두둥). 평소라면 1박 2일 이상은 하고도 남았을 텐데, 당시에도 몸이 좋지 않아 자는 곳까지 바뀌면 어떻게 될지 불안해서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http://aladin.kr/p/xbuu7

http://aladin.kr/p/pfHnK

가을에 팥빙수 먹고요...

좋은 사람들과 밥 먹고 차 마시고 산책하고 평화롭고 다정한 시간들을 보냈다. 집에 가려는데 김은경 기자님이 팔을 잡아끌더니 사진을 요리조리 찍으셔서 뭘 하려고 저러실까, 궁금했는데,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바로 아래의 글을 쓰려고 그랬던 것이었다.    


https://omn.kr/2aa5f


후배가 뽑은 제목인데 나는 궁금했다. 세 명 중 두 명이 작가라면 타율이 50%가 넘는다는 것인데 그 대단한 글쓰기 모임의 정체가 뭘지 말이다.


그렇게 2021년 9월에 시작된 '마감재미'는 한동안 마감도 잘 지키고 줌 화상 채팅으로 의견도 나누었다. 서로의 투고 도전이나 브런치스토리 오픈도 응원하며 잘 운영이 되었으나 이 글의 첫 문장을 "글쓰기 모임이 있었다"라고 과거형으로 썼듯, 그야말로 과거의 일이 되었다. '2022년 8월 21일(일)_글만 마감(모임 없음)', '8월 28일(일)_밤 10시 모임'이라는 마지막 단톡방 공지만 붙은 채 '마감재미'는 죽고 단톡방만 살아 있다.

그 비운의 글쓰기 모임의 훈장 같은 일이라면, 그나마 '마감재미'가 죽지 않고 살아 있던 2021년 12월에 멤버 중 한 명의 책이 출간된 일이었다. 그 겨울에 우리는 서울까지 올라가 사인도 받고 축하의 말도 나누며 엄청 웃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최은경 작가가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오마이북, 2021)을 출간했을 때의 일이다.

이후 마감도 지켜지지 않고 곤장을 맞지도 않으며 적막해진 '마감 재미' 단톡방은 간혹 안부를 묻는 정도로 그 용도가 전락(?)했다. 그런데 2024년, 지난여름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

대구의 그림책방 hogo 주인장 이수영 작가의 <마음은 어디에>(그림책공작소, 2024)가 7월에, 편집기자 최은경 작가의 <이런 제목 어때요?>(루아크, 2024)가 8월에 연이어 출간된 것. 그렇다. 적어도 세 명 중 두 명이 꾸준히 글을 썼고 결실을 본 것. 지금 이 기사를 쓰고 있는 1인, 나를 제외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사실 김은경 기자님은 이미 책을 낸 작가이므로, 이 표현이 정확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글쓰기 모임을 한 이후에 책이 나온 게 우리 둘 뿐인 건데... 그렇다고 김은경 기자님이 글쓰기를 놓았냐? 그건 아니다. 뜸하지만 계속 썼고 얼마 전에 투고도 하셨다고 하니 곧 좋은 소식도 들리겠지.

책에 등장하는 차조기차. 처음 먹어 보는 맛. 색이 곱다.

글로 맺어진 인연들이 이렇게 이어지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것도 서울도 아닌 대구에서. 좋은 사람들 때문인가, 대구와 아무 연고도 없는 나지만 대구가 좋다. 특히 이름도 예쁜 앞산이란 동네는 나의 최애 장소다. 맛집, 예쁜 카페에 하고 서점까지 완벽하다. 정말이지 너무 좋다. 앞산에서는 길도 찾지 않는다. 이미 내 손바닥. 대구 사람처럼 길도 훤히 꿰고 있어서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고 다닐 정도니까.


그런데 사실 이날 나는 더 대단한 일을 목격하게 되어 많은 생각을 하며 집으로 되돌아왔다. 그건 바로 <흙을 먹는 나날>이라는 책과 관련 있다. 출판사 소개 글에 따르면,


아홉 살에 교토의 선종 사원에 맡겨져 생활하며 자연스레 요리를 배운 중년의 소설가가 가루이자와의 산장에서 직접 농사짓고 살며 십 대 때 배운 요리를 재연한 열두 달의 기록. 밭에서 기른 제철 식재료를 정성껏 조리해 계절의 맛을 담고, 검소하고 소박하게 상을 차리는 게 핵심이다.


이 책의 책임편집자가 바로 김은경 기자님이다. 기자님은 오래된 프리랜서 편집자다. 나는 우연히 이 책을 편집하게 된 과정을 두 차례에 걸쳐 나눠 들었다. 첫 번째는 지난 서산 모임 때, 두 번째는 이번 대구 모임에서. 그동안에도 많은 책을 편집했지만 이번 책만큼 히스토리가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파초를 배경으로 <흙을 먹는 나날> 책 사진을 찍고 싶었다고.

제목을 '흙을 먹는 나날'로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책 표지에 쓰인 일러스트 작가를 너무나 우연히 찾게 된 과정 등이 모두 드라마틱했다. 이 책을 알리러 여기저기 다니고, 책과 어울리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 찐이네... 생각했다. 궁금해서 물었다.


"책임 편집이라고 하면 원래 이렇게까지(일러스트 섭외, 홍보, 책과 어울리는 사진 촬영 등등을 다 포함해) 해야 하는 거예요?"

"아,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신경을 더 쓰게 되긴 하죠. 이번 책은 유난히 좀 더 그런 사연이 좀 있기도 했고."


http://aladin.kr/p/mq0Ph


나는 안다. 오래 일한 나에게는 보인다. 일을 일로만 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 그것은 그냥 '일을 잘한다'는 말로는 치부될 수 없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털어서 다른 어떤 것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마음, 그런 것을 우리는 진정성이라고 하던가. 그날 내가 본 건 진심이었고, 느낀 건 감동이었다. 얼마 만에 일하는 사람에게서 그런 감동을 맛본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더불어 나는 가장 최근 언제 그런 진심의 순간이 있었는지 돌아보기도 했고.

도와주세요...

부디 책에 대한 그의 진심이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그날 영험하다는 은적사 왕건굴에서 기도했다. 솔직히 '건강, 쾌유라 적히고 소원선취 관음기도처'라고 해서 나의 건강도 기도했다. 이 은경도, 저 은경도 다 잘 되길 두 손 모아 빌었다.


은적사에서 나.


글을 쓰고 난 뒤 제목이 어렵다면?


http://aladin.kr/p/Oq6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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