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그림책 5

[최은경의 그림책 육아]

by 은경

* 이 글은 베페 6월호에 실렸습니다.


비에 관한 그림책을 찾아보면서 알게 됐어요.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빗속에서도 잘 놀 수 있다는 걸. 우비와 장화를 신고 진흙탕 놀이터에서 노는 외국 아이들 영상을 본 적 있어요.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신기해 하며 봤던 기억이 나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빗속에서 노는 방법을 알려주면 어떨까요. 어떻게 놀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고요? 힌트가 되어줄 그림책 5권을 소개합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비 관찰
<비 오는 날은 정말 좋아> 최은규 글 / 백희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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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 오는 날을 싫어하는 아이였어요. 옷도 젖고, 신발도 젖고, 가방도 젖고... 아무래도 활동하기 불편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집에서 가만히 듣는 빗소리는 좋더라고요. 어느 분도 그래요. 비 오는 날엔 일부러 창문을 조금 열어둔다고. 빗소리가 좋아서래요. 이 책에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아이가 나와요. '톡' 하고 떨어지는 빗소리, '콰르르 꽝!'하고 치는 천둥소리 등 비 오는 날 벌어지는 모든 일이 아이에겐 신기하고 새롭죠. 비가 점점 더 많이 올 때면 '빗속을 헤엄치고 있다'는 상상도 해요. 비가 그치고 난 뒤 생기는 물웅덩이에 비친 얼굴도, 무지개도 그저 놀랍고 재밌는 사건이에요. 특히 이 그림책에는 빗소리는 왜 다르게 들리는지, 비에 젖으면 왜 색깔이 진하게 보이는지, 비옷과 장화는 왜 안 젖는지 등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어요. 비와 함께 똑똑해지는 그림책, 비 오는 날 보기 딱 좋은 책입니다.


비와 함께 신나게 놀아봐요
<야호, 비 온다!> 피터 스피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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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겉표지를 열자마자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저기 한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네요. 곧 비가 오려나 봐요.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마당에서 놀던 남매를 집으로 부릅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아이들은 우비를 입고 모자를 챙겨서 다시 밖으로 나가요. 그런 남매에게 엄마는 웃으며 큰 우산을 하나 들려주지요. 글씨 없는 그림책이지만, 여든네 컷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빗속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재밌게 노는지 알 수 있어요. 비 오는 날엔 모든 게 평소랑 달리 보이나 봐요. 거미줄에 수없이 매달려 있는 물방울들, 나무와 꽃, 호숫가 동물들, 귀에 들릴 것만 같은 특유의 빗소리... 신나게 놀고 난 뒤 목욕 후 먹는 따뜻한 차 한 잔까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행복이 뿜뿜 묻어나는 그림책이에요. 비 오는 날, 왜 아이들과 이런 걸 해보지 않았을까, 살짝 후회스러울 만큼요.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한번 신나게 놀아봐야겠어요. 어쩌다 한 번인데, 뭐 어때요?


너도 뛰는 거 좋아해?
<뛰지 마> 김규정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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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 길어지는 장마철이면 엄마들은 긴장합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으니까요. 특히나 요즘처럼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때는 엄마들도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마구 뛰면? 잔소리가 시작되겠죠. 여기 솔이네 집도 그런 것 같아요.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뛰기 좋아하는 개구리는 솔이에게 말합니다. "너도 뛰는 거 좋아해?" 솔이 역시 뛰는 걸 좋아하지요. 솔이에게 뛰는 건 그냥 뛰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솔이 엄마는 아닌가 봐요. "솔아 집에서는 뛰지 마" 하는 걸 보면. 여기까지 읽으면 이건 우리 집 이야긴데 하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그런데 반전이 있어요. 사실은 솔이 엄마도 뛰는 걸 좋아했나 봅니다. 비가 그치자마자 솔이에게 "밖으로 나가자"라고 말하네요. 물웅덩이 속에서 즐거운 엄마 표정이 그걸 말해주는 것 같아요.


누가 상추를 자라게 해줄까요?
<상추씨> 조혜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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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작업을 주로 하던 조혜란 작가가 처음 퀼트로 만든 그림책이에요. 실제 상추를 키우며 겪었던 경험을 살려 지은 거라고 해요. 돌담에 뿌린 상추씨가 바람 맞고, 비도 맞고, 햇빛도 받으면서 쑥쑥 자라요. 다 자란 상추는 어떻게 하죠? 맛있게 먹어야죠! 고기쌈도 싸 먹고, 비빔밥도 만들어 먹고, 음식 아래 깔기도 해요. 다 자란 상추는 꽃도 펴요. 꽃이 지면 씨를 받아 나중에 또 상추를 심을 수 있죠. 비(물)가 식물이 자라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아이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아요. 이 책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아이들이 직접 상추씨를 만져볼 수 있게 해줘서예요. 뒤표지 안쪽 미니 봉투에 상추씨가 담겨 있거든요. 여기서 돌발 퀴즈, 봉투 속 상추씨는 모두 몇 개일까요? 정답은 책 속 상추들을 잘 보면 알 수 있어요.


어느 비오는 날 일어난 작은 기적
<구름빵> 백희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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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한 책이라 소개할까 말까 살짝 고민했는데요. 비 오는 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그림책이죠. 비 오는 아침 밖으로 나간 두 아이는 나뭇가지에 걸린 작은 구름을 가져와 엄마에게 줍니다. 엄마는 작은 구름으로 반죽해서 빵을 굽지요. 하지만 이날따라 늦잠을 잔 아빠는 아침도 거르고 출근을 합니다. 엄마가 만든 빵이 완성이 되자 남매는 아빠에게 구름빵을 전하러 갑니다. 판타지 가득한 책 속 세상으로 제가 더 빠져들게 되었는데요. 이 그림책을 본 뒤로는 '비 오는 날=부침개' 공식이 깨졌어요. 그 대신 팬케이크를 만들죠. 반죽이 익으면서 팬케이크가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신기해하는 아이들 때문에 가끔씩 만들어 보는데요. 치우는 일이 고되긴 하지만 비 오는 날 하루쯤은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요? 가능하면 아빠 것도 한 접시 남겨두고, 어수선한 주방 치우는 건 남편이 오면 하는 걸로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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