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다룬 그림책, 어떻게 읽어줘야 할까

[다다와 함께 본 그림책] 권윤덕 쓰고 그린 '꽃할머니'

by 은경

*기사를 다시 수정해야겠다. 2019년 12월 15일 현재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는 스무 분이다. 시간이 없다.


*기사를 수정해야겠다. 7월 3일 오늘 또 한분의 일본군 '위안부' 김복득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시간이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지난 4월 초 그림책 <만희네 집>으로 잘 알려진 권윤덕 작가를 만났다. 일주일에 한번 듣는 <그림책과 나의 삶> 수업에서 마련한 그림책 작가 특강에서였다. 권 작가가 그의 작품 가운데 "그림책을 하나 읽을 건데, 뭘 읽어드릴까요?" 물었다. 고요한 강의실의 적막감을 깨트린 건 박 할머니였다.


"<꽃할머니>요."

"지금 오전 10시를 막 넘긴 아침인데... 이렇게 무거운 책을 읽어도 될까요?"


박 할머니가 말을 받았다.


"저는 그 책을 몰랐어요. 어느날 자원봉사하는 도서관에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그 그림책을 가져오면서 읽어달라 그래요. 처음엔 그저 꽃을 좋아하는 할머니 이야긴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였죠. 당황하면서도 안 읽을 수가 없어 계속 읽었더니... 아이들이 그래요. '선생님 그만 읽을래요, 슬퍼요'라고. 제가 그런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몰라서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면서 '할머니, 왜 꽃할머니 아랫도리가 피로 물들어요?'라고 묻는데..."


박 할머니는 끝내 말끝을 흐리며 울먹였다. 권 작가 말대로 강의실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책은 꽃누르미를 하는 꽃할머니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며 작가는 미리 알린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피해를 당하신 할머니들과 전쟁으로 고통받고 희생된 모든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1940년 13살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쓰고 그린 <꽃할머니>는 언니와 함께 나물을 캐다가 이유도 모른 채 군인들에게 끌려가 전쟁의 한 복판에서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일본군 위안부였던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살았던 심달연 할머니. 50년이 지나 마음속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으면서 심달연 할머니는 말한다.


"지금 세상에는 그런 일 없어야지. 나 같은 사람 다시는 없어야지. 내 잘못도 아닌데, 일생을 다 잃어버리고..."


권 작가는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하듯 책을 읽어 나갔다. 본인이 짓고 그린 그림책이지만 낭독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는 목소리였다. 작가만이 아니었다. 우리도 그랬다. 낭독이 끝나고 불을 끈 채로 강의를 이어 나갈 정도였다. 너무 울어서. 꽃할머니의 실제 주인공 심달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더 그랬다. 어른들이 읽기도 버거운 이런 그림책을 언제 어떻게 아이들에게 읽어줘야 할까, 읽어줘도 될까? 강의실 안 사람들은 궁금했다. 권 작가가 질문에 답했다.


"어떤 분이 그런 말을 하셨어요. 딸이 그 책 보지 말라고 한다고. 엄마를 울게 하는 책이라면서. 그런데 저는 그런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어렸을 적에 '엄마가 보면 울던 책'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더라도 한 5, 6학년 정도 되어 다시 봤을 때 '아 엄마가 이래서 울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요? 무조건 감추기보다는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이런 책은 아이 혼자 읽게 하는 것보다는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여성의 몸이나, 성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도 있겠죠."


아, 그러면 되는 거였구나. 사실 나도 이런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하나 고민스러웠다. 배경 지식이 없는 아이들에게, 그런 걸 일찍부터 알려주는 게 뭔가 어색하고 어려웠다.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나 국가 폭력에 관한 이야기, 광주 5.18, 제주 4.3, 성폭력에 관한 그림책 등을 아이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두게 되는 이유였다.


때가 되면, 고학년이 되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보게 하려는 마음으로.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는 거였다. 그림책은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니까. 그때그때 다시 읽고 그 느낌을 떠올리면 되는 거였다. 권 작가에게 중요한 팁을 얻은 것 같았다. <꽃할머니> 책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었다.

그림책 <꽃할머니> 속 이미지 ⓒ사계절


이 책을 처음 제안한 건 일본 그림책 작가들이었다고 한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한중일 평화프로젝트 '평화 그림책 시리즈' 작업 중 하나였는데 책을 내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림책을 내겠다고 한 일본의 한 출판사가 일본 우익들의 반대로 출판을 거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렇다고 일본에서의 상황이 나아지길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기다릴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2005년 이후로도 몇 분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늘로 가셨고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 생존자는 2018년 5월 10일 현재 28명뿐이다. 결국 <꽃할머니>는 2010년 6월 한국에서 먼저 그리고 이어 중국에서 출간되었다. 이 그림책의 실제 주인공 심달연 할머니도 그해 12월 별세했다.


그리고 8년 만인 오는 2018년 5월 일본에서 <하나바바>(일본 아이들이 할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라고)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기념식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알고 보니 이 그림책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그러나 더 피하고 싶지는 않다. 책에서 권윤덕 작가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할머니들이 겪었던 고통에 공감해 가는 과정은 평화에 대한 사랑을 길러가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어른이 함께 읽으면서, 그 감동이 아이들에게 좀 더 자연스레 전달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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