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투약과 복용인지 나의 목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나는 한 달 새, 약 15-20kg의 살이 쪘고 그로 인해 무릎도 많이 안 좋아졌다. 살이 갑자기 증가해서 그런가? 언젠가는 미끄러워 뒤로 넘어졌는데 무릎이 골절되기도 했다. 살이 찌고 무릎이 안 좋아지는 등의 부작용을 겪으면서도 항우울제를 끊지 못했던 이유는 자살사고와 우울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처음에 살이 쪄서 옷들을 다시 살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행복한데 뭐! 살은 다음에 빼면 되는 거고!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라고 생각했었다. 처음으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고 Good morning! 좋은 아침~! 이란 말이 상투적인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 느꼈었다. 다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하기에 솔직히 이렇게까지 오래 약을 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도 있지만 말이다. 지금 이렇게 나아지고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오랜 시간 무기력한 상태로 '숨만 쉬며' 살았기 때문에 가끔은 그때의 시간들이 아깝고 후회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길고 긴 시간을 항우울제를 투약한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며칠 전 폐렴과 비슷한 기침이 나서 병원으로 뛰어갔다. 옛날에 폐렴에 걸렸다가 2달여를 고생한 기억이 있어 코로나19도 너무 무서웠는데 비슷한 기침이 나자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근처 병원으로 뛰어갔지만 폐렴 여부도 독감도 아닌 듯 이상하다며 의사는 갸웃거렸고, 혹시 모르니 기관지염에 쓰는 '항생제'를 처방해 주겠다고 하여 일단 약을 처방받아왔다. 요즘 논문 때문에 건강에 예민하다 보니 내가 너무 일찍 병원에 가서 그런가? 나도 의아했다. 콧물도 기침도 목(인후통)도 아픈데 병원에서는 자꾸 아플 정도로 붓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분명 기침도 콧물도 심해지는데 병원에서는 독감도 감기도 아니라고 하여 그저 '내란통'인가 보다 하고 넘겼다.
일단 받아온 약을 첫 복용하고 나는 갑자기 거의 실신과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숨도 쉴 수 없고 누가 계속 발길질을 하는 듯이 온몸이 아팠다. 열이 나는 듯 오한이 심해 이것저것 껴입고 전기장판을 최고 높이로 올려도 너무 춥고 머리는 몽롱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저 "일찍 병원에 가길 잘했다. 정말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정말 죽을 것처럼 너무 아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생제 부작용을 검색해 보니 내가 겪은 모든 증상이 적혀있었고, 너무 심각한 경우 중단하라고 쓰여있었다. 심지어 처방전에는 진통제가 있는데 약국에서 해열 진통제를 다른 약으로 잘 못 준 것을 확인했다. (오 마이갓) 세상에 이런 일이! 일단 서둘러 집에 있는 다른 해열 진통제를 먹었고 해당 약국에 따지러 가야 했지만 밖에 나가 따지러 갈 수 없는 상태라 그저 다시 앓아누웠다.
항생제는 처방받은 만큼 모두 먹어야 함을 알지만, 복용이 두려울 만큼 부작용이 너무 심했다. 나는 판단을 해야 했다. 부작용과 정작용에 대해서 생각해야 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말을 할 수도 카톡을 할 수도 없는 상태. 온몸이 아프고 기력이 없으며, 인지력도 떨어졌고 오한과 발열이 너무 심했다. 일단 하루는 공부를 아예 하지 못했고, 그 다음날 진통제와 함께 먹는다면 증상이 완화되는지 확인해야 했다. 혹시나 폐렴 등으로 염증이 진행되는 것은 절대로 막아야 하기 때문에다. 잘못받은 약을 빼고 타이레놀과 항생제를 같이 복용했다. 오한과 근육통은 없어졌지만 인지력이 떨어지고 기력이 없어졌는 등의 부작용은 동일했고 장염 같은 설사가 시작되었으며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부작용이 추가되었다. 총 4일 치를 처방받았지만 이 정도 부작용이라면 3일까지는 잘 참고 먹어서 기관지염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나름의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사소하게 약을 하나 먹는 것도 이렇게 부작용과 정작용을 판단해야 할 때가 온다. 더 소소하게는 내 행동에 대한 부작용과 정작용을 기민하게 알아차려야 할 때도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과 목적에 맞는 언행을 했는지, 그리고 그 목적과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되었다면 정작용으로 볼 수 있겠지만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모든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나의 노력 역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아이러니하지만 당연한 진리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난 솔직히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 생각 없이 했던 행동에 대해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일들을 꽤 겪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오해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고 혹여나 오해가 생기면 무조건 바로 즉시 사과하는 등 나름의 대처방안도 마련해두고 있다. 꽤 자주 겪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너무 속상하고 또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말이)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라며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고 나의 지경이 넓어져서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곤 했다.
근데 어떤 한 가지 일은 아직도 마음에서 쿵-하고 무언가 큰 바위가 떨어지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좋은 의도라고 생각했고 과정의 미흡함은 있었지만 그래도 바로 사과도 하고 최대한 빨리 대처도 했는데, 생각 외로 일이 커져 교내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았던 일이 있다. 인권센터의 결과는 무혐의로 나왔지만 그래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며 나에게 사과문을 쓰라고 했고, 당시 가족들이 인권센터 결과지를 근거로 그들을 무고죄로 고소하라고 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채로 적절한 수준의 입장문을 써서 냈던 것 같다. 솔직히 사과문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인권센터 측에서 "다시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나는 가해자가 아니라는 사실관계가 나왔는데, 도대체 무슨 사과문을 쓰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거의 1년여 시간을 조사를 받고 전화를 받고 했던 터라 인권센터에 제발 저를 그만 괴롭혀달라고 호소했다. 중재자인 듯 아닌듯한 인권센터는 그 날이후 연락이 없었고 나는 그렇게 그 일을 마음에만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고 시간이 지나도 불쑥불쑥 이렇게 생각나는 그 일을, 나는 늘 어떻게든 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불쑥불쑥 올라오는 나의 마음에도 분명 이유가 있겠거니, 분명 내가 잘못했지만 여전히 나는 모르는 무언가가 있겠거니, 아직은 내가 그릇이 많이 작은가 보다 하면서, 그저 바람에 나의 슬픔을 실어 보낸다. 그러면서 다짐한다. 나의 행동과 말에도 분명 부작용과 정작용이 있음을, 가능한 부작용은 최대한 줄이고 정작용을 키우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오늘도 다시 상기시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