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g를 감량하며,
(*2024년 작성된 일기)
2022년 2월 18일. 무기력하게 누워 '골 때리는 그녀들'을 시청하던 나는 갑자기 헬스장에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년 이벤트가 다 끝난 마당에 꽤 비싼 금액을 주고 회원권을 구입했다. 당시에는 뭔가에 홀린 듯이(골때녀 출연진의 에너지에 홀렸던 것 같다.) 매일 눈을 뜨면 헬스장에 갔다. 시간 강박이 있는 성격을 이용해서 G.X를 예약하고 아침에 요가나 스피닝을 갔다가 30분 정도 걷다 들어오는 정도로 움직였다. 특별히 다이어트를 염두하고 움직인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먹는 것도 신경 쓰게 되어 샐러드 도시락도 배달시켜 먹곤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PT행사가 있어서 10회인가 20회인가를 결제하고 운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정말 내 생애 처음으로 윗몸일으키기도 해 보고 이것저것 무섭게 생긴 기구들도 해보면서 활기를 찾고 있었는데, 8월의 어느 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입원과 수술을 하게 되었고 하필 다리가 부러진 것이라 철심을 박고 균형 잡는 운동과 스트레칭만 하게 되었다. 걷는 것도 무리가 있어 걸을 때마다 발목이나 종아리가 많이 아팠고 당시 강아지 사고도 있어 캐나다로 요양을 가게 되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먼저인 것은 알지만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그냥 하염없이 동네를 몇 바퀴씩 걸었던 기억이 난다. 살을 빼는 것보다 정말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6개월 중에 3-4개월 정도를 매일 만 오천보정도를 걸었던 것 같다. 그러다 F45에 등록하게 되었고 또 한 번 운동이 역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 순간들과 성취감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거울로 보이는 내 몸의 변화가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체중계가 없어 얼마나 빠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과 밝아지는 내 성격과 얼굴에 만족하며 한국에 돌아왔고 단 1g도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정말 허무하고 또 당황스러웠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철신 제거 수술을 받아야 했고 다리가 아물고 살과 근육이 불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쉬어야 했다.
원래 이렇게 체중이 많이 나가지는 않았다. 대충 늘 비슷한 몸무게로 살아왔는데, 18년도에 처음 우울증 약을 먹은 뒤 대략 2달여 동안 15-20킬로가 쪘고, 그 몸무게가 계속 이어졌다. 솔직히 내가 살이 찐 것도 몰랐다. 의사가 이상하다고 부작용인 것 같다고 약을 바꿨지만 몸무게에는 변함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건강과 맞바꾼 몸무게라고 생각하면서 체념하고 단념하고 있었는데 철심을 빼고 우울증 약을 끊은 뒤로 조금씩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도 걷거나 자전거 등을 타는 등 소소하게 산책 같은 운동을 이어왔는데, 드디어 오늘 첫 헬스장 등록일의 몸무게를 기준으로 10.8kg이 빠진 것을 확인했다. 정말 소름 돋는 부분은 체지방만 10.8kg가 빠졌다는 것이다. 남들처럼 한 달 만에 10kg 뺀 것은 아니라 여기저기 자랑할 것은 못 되나 이런 순간이 온 것이 너무 신기하고 감격스러웠다. 비록 부작용으로 찐 살이지만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평소 몸무게도 아니라서 숨이 차거나 무릎이 아프거나 다리가 붓는 등 여러모로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순간도 많았고 우울하고 싶어서 우울한 것도 아닌데 부작용으로 살도 찌니까 더욱더 우울해지기도 했다. 어쩌다 클라우드에서 예전 사진을 보면 오히려 약을 먹기 전이 더 행복했던 것 같고 오로지 살이 쪄서 오는 심리적 위축도 상당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매일 해야 할 일을 했던 것 같다. 우울증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등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무엇보다 뚱뚱한 몸이 싫어도 식사를 무조건 챙겨 먹었다. 특히 피곤하고 무기력한 기분이 들면 무언가를 먹었다. 그게 뭐든 상관없이 잘 먹었다. 먹고 싶은 것으로. 그리고 가능하면 운동을 갔다. 한강을 걷는 것과 헬스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운동도 별로 없는 상태지만 너무 아프거나 바쁘지 않은 이상 운동을 갔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내 기분을 관리하고 그렇게 해야 할 일을 했던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부작용으로 급격하게 늘었던 몸무게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지금 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하고 너무 과도하게 조급해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 지금은 약 5kg이 더 빠진 상태입니다. 혹시 우울증 약 부작용으로 살이 찐 분들이 있다면 일단 우울증 먼저 치료하시기를 바라요. 단약하고 서서히 빠지더라고요. 너무 걱정 마세요.